◇들꽃은 꺾이고 별은 지다
김택곤 지음. 미국립문서보관소에 수장된 미국 정부 비밀해제문서 가운데 1944년부터 1951년까지 한국관련 문서 4,000여건을 고르고 다시 정리해서 세상에 나온 책. 역사에 족적을 남긴 개인보다 역사 속에서 짓눌린 보통 한국인들의 모습을 담았다. 1944년 버마에서 버려진 위안부 소녀에 관한 보고서부터 목숨을 건 작전을 앞둔 광북군, 한국에서 우라늄을 찾아내기 위한 미 정부 극비문서까지. 저자는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취재해 온 미국정부비밀해제문서의 내용을 총망라했다. 신아출판사·349쪽·1만7,000원
◇살리는 일
박소영 지음.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살리는 일’이다” 친동생과 함께 10여군데의 길고양이 급식소를 운영 중인 저자가 직접 거리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구조하며 겪은 일과 그에 따른 감정을 담은 책. 자신의 관심사인 영화와 연극, 소설 등을 통해 동물권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풀어놓기도 한다. 모든 동물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기를 바란다는 저자는 사랑의 가치가 무엇보다 위대하며 누군가를 살리는 힘이 된다는 것을 책을 통해 끊임없이 되뇐다. 무제·252쪽·1만3,500원
◇옥스퍼드 세계사
펠리페 페르난데스아르메스토 외 지음. 이재만 옮김. 지적 호기심은 많지만 바쁜 사람들을 위한 역사책. 세계 일류 역사학자들이 호모 사피엔스 출연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20만년에 걸친 역사를 서술한다. 최신 역사 연구 성과를 단순 나열하는 게 아니라, 역사의 장기적 추세와 보편성에 중점을 두면서 사태의 특수성 또한 세심히 살핀다. 현재 가장 뜨거운 화두인 기후위기와 전염병이 인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짚어보고, 앞으로는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전망하기도 한다. 교유서가·684쪽.3만8,000원
◇세상을 연결한 여성들
클레어 L. 에반스 지음. 조은영 옮김. 최초의 컴퓨터 ‘마크Ⅰ’ ‘에니악’을 만든 여성들의 존재는 역사에서 지워졌다. 뿐만 아니다. 최초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한 여성과 컴파일러를 통해 컴퓨터 조작을 대중화한 여성까지 사라졌다. 저자는 그 여성들의 흔적을 발굴하고 수면 위로 복원한다. 인터넷 기술 발전의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했던 여성들의 이름으로 기술 발전의 역사를 새로 쓴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여성 롤모델을 소개하고, 시의적절한 관점을 제시한 이 책은 아마존 ‘2018 베스트 논픽션’에 선정됐다. 해나무·464쪽·1만6,800원
◇베르됭 전투
앨리스터 혼 지음. 조행복 옮김. 1차 세계대전의 향방을 가른 프랑스와 독일 간의 베르됭 전투를 재현한 전쟁사의 고전이다. 병사들은 동료의 시체로 참호 벽을 쌓고, 극심한 허기와 갈증에도 무릎까지 차오른 얼음물을 퍼내며 적진으로 진격할 순간만을 기다린다. ‘말려 죽이기’와 ‘죽을 때까지 공격하기’라는 양측 지휘관의 잔혹한 전략에 병사들의 무수한 죽음은 반복된다. 공식 사료와 관련 문헌은 물론 생존한 참전 군인들의 증언과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1916년의 베르됭을 되살려낸다. 교양인·584쪽·2만8,000원
◇음식 철학
캐롤린 코스마이어 지음. 권오상 옮김. '먹방'과 '쿡방'의 푸드 포르노, 맛과 가격 중심의 맛집 소개 등이 음식담론을 주도하는 시대에 만나는 흔치 않은 ‘음식 철학서’다. 음식 담론에서 페미니즘적 통찰을 이끌어낸 이 책은 미각을 여성과 함께 사유 단계의 최하위로 분류한 고대 그리스 철학을 비판한다. 저자는 맛을 쾌락과 여성으로 은유하는 잘못된 주류의 시각을 젠더적 사유로 통찰한다. 헬스레터·427쪽·3만5,000원
◇인간 공자, 난세를 살다
리숴 지음. 박희선 옮김. 인류의 4대 성인 중 하나인 공자의 부침 많은 일생과 인간적 모습, 그를 둘러싼 미스터리까지 집대성한 전기. 공자가 왜 위대한 정치가인지 답을 찾아가는 한편 공자를 둘러싼 수많은 왜곡된 이미지를 짚어가며 누명의 원인을 추적한다. 그동안 공자의 진정한 모습을 가려 왔던 식상한 이미지를 걷어낼 뿐 아니라 그간 접하기 어려웠던 공자와 춘추 시대에 대한 흥미로운 문제 제기를 접할 수 있다. 메디치미디어·672쪽·3만2,000원
◇말라카
파라하나 슈하이미 지음. 정상천 옮김. 15세기 동양 최대의 무역항이자 해양 실크로드의 중심인 말레이시아의 말라카에 관한 기록을 정리한 역사서다. 말레이시아의 저명한 역사 연구자인 저자는 실제 문헌에 근거해 말라카의 역사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국내에 출판된 말레이시아 관련 서적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책을 통해 국제 무역항으로서 번영의 정점에 달했던 항구 도시 말라카의 옛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산지니·256쪽·1만8,000원
◇네트워크 세계사
민유기·정지호·홍용진 지음. 소통과 교류를 소재로 인류 문명사를 짚어보는 책이다. 세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인간과 지역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각 문화권의 교류와 갈등이 역사 전개에 미친 영향을 고찰한다. 기존 세계사 책들에서 서술이 부족했던 서아시아와 지중해 권역, 이슬람 세력의 비중을 높인 점이 눈에 띈다. 자유의길·264쪽·1만6,000원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
아론 바스타니 지음. 김민수·윤종은 옮김. 전례 없는 불평등과 기후변화, 전염병이 자본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지금이 공산주의를 다시 논의할 때라고 주창하는 책이다. 기술의 변화가 이윤이 아닌 사람에게 봉사하도록 이끄는 정치,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동시에 일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이 정치의 이름은 책의 제목과 같은 ‘완전히 자동화된 화려한 공산주의’다. 모든 것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지금,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선사한다. 황소걸음·368쪽·1만6,500원
◇불안한 승리
도널드 서순 지음. 유강은 옮김. '자본주의의 세계사 1860~1914'가 부제인 이 책은 1860년 무렵부터 1차 세계대전에 이르기 전까지 자본주의 역사를 기술한다. 경제, 정치, 사회에서 일상생활까지 샅샅이 훑으며 산업혁명의 중심지인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과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와 동아시아까지 포괄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서술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승리가 미래를 위협하며 끝없이 불안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춰 오늘날의 자본주의를 성찰하며 미래로 향하는 질문을 투사한다. 뿌리와이파리·1,088쪽·5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