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각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내각이 될 것이다. 어떤 내각보다 유색인종이 많고, 여성이 많고, 장벽을 깨버린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최초들의 내각(a cabinet of firsts)’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6일(현지시간) 교통장관 인선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지난달 7일 선거 승리 후 진행된 장관 발탁 면면을 보면 실제로 ‘최초’ 기록이 어느 행정부보다 많았다. 상원 인준 절차만 통과하면 흑인 국방장관, 여성 재무장관, 성소수자 교통장관, 히스패닉계 국토안보ㆍ보건복지장관이 모두 미국 역사상 처음 탄생하게 된다. 장관급 인사로 범위를 넓히면 최초 기록은 더 늘어난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기간 외쳤던 ‘미국 사회 구성과 같은 내각’, 전 세계 이민자가 모여 나라를 만들어간 ‘멜팅팟(용광로)’ 전통의 미국 복원을 내각 구성부터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전날 예고했던 대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州) 사우스벤드 시장을 교통장관에 지명했다. 올해 38세인 부티지지는 2015년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다. 하버드대 출신에, 군 장교 복무 경험도 있고,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민주당 스타 정치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우리 내각은 최초 기록이 한두 명이 아니라 8명이 전례를 깬 인사”라며 “오늘 9번째이자, 첫 동성애자 장관 지명자, 역대 내각 멤버 최연소 중 한 명”이라고 부티지지 지명자를 소개했다. 이어 “미국과 같은 내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인은 내각 구성을 최대한 다양하게 하고 있다. 이미 부통령 후보자 지명 때부터 여성이자, 흑인이자, 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또 ‘빅4 장관’ 자리로 꼽히는 국무ㆍ재무ㆍ국방ㆍ법무부 중 두 자리(재닛 옐런 재무ㆍ로이드 오스틴 국방)를 각각 최초 기록으로 채웠다. 이날까지 공개된 9명의 장관 지명자를 인종별로 나누면 백인 5명, 흑인 2명, 히스패닉계 2명이다. 여성은 2명에 불과하지만 에너지장관에 백인 여성 제니퍼 그랜홀름 전 미시간 주지사가 낙점되는 등 추가 입각 대상자까지 따지면 숫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장관급으로 평가되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수석자문위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의장)에도 모두 여성을 지명했다. 이들은 이 자리를 맡는 최초의 대만계ㆍ흑인ㆍ인도계 여성이다.
물론 낙점된 인사 중 과거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근무 경력자가 많아 ‘회전문 인사’라는 얘기가 나온다. 장관 지명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이라 젊은 지지층의 호응을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집권당의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미국 정치 특성을 감안해야 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4년의 ‘비정상’을 바로잡기 위해선 행정부 경험이 있는 민주당 사람을 쓸 수밖에 없었을 것이이란 반론도 존재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내각 지명자들 중에는 오래된 동료도, 새로운 얼굴도 있다”면서도 정책 능력, 혼란기에 검증된 지도자를 내각에 발탁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