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내린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의 성격을 “재판부에게 불리한 여론 구조(프레임)를 형성하면서 재판부를 공격ㆍ비방하거나 조롱해 우스갯거리로 만들 때 활용할 목적, 의도를 갖고 있었다”고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본보가 확보한 윤 총장 징계 의결 요지서에 따르면, 징계위는 이 같은 판단을 근거로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및 배포’ 징계 사유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ㆍ검찰청 공무원행동강령 위반 행위”라는 결론을 내렸다. 징계위는 △사무분장상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수집ㆍ관리할 수 있는 정보가 ‘수사’ 정보인 점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재판부의 정치적ㆍ이념적 성향을 단정적으로 규정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이 포함된 점 등도 근거로 제시했다.
특히 ‘물의야기법관 리스트’가 언급된 부분과 관련, 언론에는 상세히 보도되지 않았는데도 법원행정처가 만든 원본 문건의 내용이 정확히 포함된 점을 근거로 “공판검사들이 재판기록에서 확보했거나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정보를 그대로 제공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다만 정확히 어떤 ‘위법한 방법’으로 판사 정보를 수집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프레임 형성을 위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결론과 관련해서도 “문건 주요 내용에 비추어 보면 그렇게 판단된다”고만 정리했다. 징계위는 ‘불법 사찰’이라고 단정할 구체적 증거가 부족하다는 일각의 지적을 의식한 듯,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징계를 청구할 당시 썼던 ‘판사 사찰’이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
징계위는 ‘검언유착’ 의혹 사건 감찰 방해 의혹과 관련해선,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윤 총장(당시 수사팀장)에게 외압을 가했던 상사들의 모습을 현재의 윤 총장과 비교하기도 했다. 징계 의결서에서 “채널A(검언유착) 사건에 임하면서 보인 태도는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지 못하게 했던 징계혐의자(윤 총장)의 당시 상사들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쓴 것이다. 또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는 징계 사유 대목에선, 국정감사에서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국민과 사회에 봉사할 방법을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윤 총장 발언을 ‘정계 진출 메시지’라고 긍정한 의견이 67.2%에 달했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삼기도 했다.
징계양정 이유를 설명하면서는 이러한 내용과 함께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로 유례가 없는 사건이고, 이 점에서 많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징계위는 △총장 임기제는 보장돼야 하는 점 △형사사법기관의 혼란 및 국민들이 느끼는 고통과 불편함 △서울행정법원의 직무집행정지 처분 집행정지결정의 취지 △징계청구 후 형성된 검사들 다수의 의견 △윤 총장의 잔여 임기 △윤 총장의 그간의 행적 및 근무성적 등을 ‘고려한 사정’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징계혐의자(윤 총장)의 비위 사실은 징계양정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