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오르면 전기요금도 오른다... 탈석탄 비용 전기료에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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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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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 석탄 가격 등에 따라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전기요금도 달라진다. 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발전기를 줄이는 ‘탈석탄 정책’ 추진에서 발생한 비용이 전기요금에 포함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17일 이런 내용의 전기요금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바뀐 고지서는 내년 1월부터 날아온다. 정부는 그 동안 물가 안정 등을 이유로 2013년 11월 이후 전기요금을 7년째 묶어놨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전기요금에 ‘연료비 조정요금’ 항목을 신설, 매 분기 연료비 변동분을 3개월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연료비는 관세청이 고시하는 LNG, 유류, 석탄의 무역 통관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변동분은 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기준연료비)에서 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실적연료비)를 뺀 값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유가에 따라 부담이 엇갈릴 수 밖에 없다. 당장 요즘과 같은 저유가 시기의 전기요금은 내려간다. 산업부에 따르면 내년 1분기엔 ㎾h당 3원, 2분기엔 5원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월평균 350㎾h를 사용하는 주택용 4인 가구에 이를 적용하면 1분기와 2분기 전기요금이 각각 1,050원, 1,750원씩 줄어든다. 같은 기간 산업·일반용은 2만8,000원, 4만6,000원(월 9.2㎿h 기준)을 덜 낼 수 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만 총 1조원의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유가가 오를 때다. 유가가 상승해 전기료가 오르면 공공요금과 다른 물가도 영향을 받는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소득은 줄고 가계 빚이 늘어난 저소득층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와 한전은 요금의 급격한 인상·인하 또는 빈번한 조정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보호장치를 마련했다. 조정요금은 최대 ㎾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된다. 상한선인 5원에 도달하면 그 이상으로 인상·인하되지 않는다. 정부는 단기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요금조정을 유보할 수 있는 근거도 뒀다.

내년 1월부터 전기요금 고지서에 기후환경 요금란이 생기는 것도 특징이다. 기후환경 요금은 신재생에너지 의무이행 비용(RPS),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비용(ETS),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등에 따른 석탄발전 감축 비용을 포함한다.

이 가운데 RPS와 ETS 비용은 기존 전력량 요금에 포함돼있던 것으로 이번에 분리됐고, 석탄발전 감축 비용은 새롭게 포함됐다. 석탄발전 물량 규제 등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관련 손실액을 요금에 반영한 것으로, 정부에서 추진 중인 탄소중립 정책에 필요한 부담을 국민들에게 부담시킨 셈이다.

1월 기후환경 요금은 ㎾h당 총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약 4.9% 수준이다. RPS가 ㎾h 당 4.5원으로 가장 많고, ETS는 0.5원, 석탄발전 비용은 0.3원이다. 한 달에 5만5,000원어치 전기를 쓰는 주택용 4인 가구의 기후환경 요금은 월 1,850원이다. 월 119만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산업·일반용을 기준으로 할 때는 4만8,000원이다.


기후환경 비용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국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를 고정 변수로 생각하더라도, 신재생에너지 확대 비용은 향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2025년까지 현재 신재생에너지 설비 총량(20.1GW)을 넘어서는 22.6GW의 태양광·풍력을 새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기후환경 비용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년 전기요금 총괄원가를 사정할 때 비용 변동분을 포함해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전기요금 할인제도의 경우엔 축소된다. 전기를 적게 쓰는 200㎾h 이하 사용 가구에 매월 4,000원 할인해줬던 필수사용공제 제도를 취약계층을 제외하고는 점진적으로 축소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의 고강도 경영혁신을 통해 전력공급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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