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는 어떻게 내 얼굴을 인식할까

입력
2020.12.19 07:00
13면
카메라앱에 담긴 인공지능(AI) 기술
얼굴인식=나와 타인 얼굴 구별
얼굴감지=사진 속 얼굴 위치 찾기

편집자주

현실로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AI)시대. 생활 속에 깊숙이 스며든 AI 이야기가 격주 토요일 <한국일보>에 찾아옵니다. 컴퓨터비전을 연구하는 정소영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가 쉽게 풀어드립니다.

“앱 켤까?”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세 명의 친구들 모두 화사한 과즙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하나 더 찍자.”

이번 사진에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산타모자를 쓰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붉은 계열의 메이크업은 덤이다.

“와, 내가 직접 화장한 것 보다 낫다.”

서로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사진 속 모습과는 다르게 하루 종일 일에 치여 매우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다. 사회생활의 여독이 남아있는 우리의 민낯을 과즙상으로 만들어 준 것은 ‘스노우(snow)’ 앱이다. 기본 카메라앱을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휴대폰 속에는 ‘snow’나 ‘유라이크(ulike)’ 같은 카메라앱은 가장 누르기 쉬운 곳에 꺼내 놓았다.

얼굴에 원하는 메이크업이나 스티커를 합성해주는 카메라앱은 너무나 ‘진짜’같다. 그 리얼함을 만드는 핵심 기술은 ‘얼굴 감지’기술이다. 얼굴 인식(face recognition)이라는 용어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얼굴 감지(face detection)’라는 용어는 다소 낯설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있는 건 ‘얼굴 감지’ 기술이다. 이 두 가지는 어떻게 다를까?

먼저 얼굴 인식은 그 얼굴이 누구의 얼굴인지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이폰에 탑재된 ‘페이스아이디(face ID)’가 대표적인 예다. 내 얼굴과 타인의 얼굴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어야만 얼굴 인식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얼굴감지는 이와 조금 다르다. 얼굴감지는 사진 속 얼굴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것이 주된 목표다. 얼굴이 나의 얼굴인지, 옆집 아무개의 얼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눈, 코, 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찾으면 된다. 그래서 ‘snow’앱은 내 얼굴, 친구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모두를 공평하게 아름답게 해준다.

기계는 얼굴 감지를 어떻게 하는 것일까? 기계가 사진을 보는 방식은 사람과 다르다. 사람 눈에 사진은 물체가 있는 하나의 영상으로 보이지만, 기계에게 사진은 숫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행렬일 뿐이다. 사진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를 ‘픽셀(pixel)’이라고 하는데 이 픽셀들이 숫자로 표현된다. 이 숫자더미 속에서 얼굴의 특징을 나타내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이 얼굴 감지이다. 얼굴 감지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얼굴의 특징을 잘 찾아내는 것이 필수적인데 얼굴의 특징을 계산할 때 ‘딥러닝’을 적용한다.

딥러닝은 최근 인공지능을 구현할 때 주로 사용되는 기술로서 인간의 뇌구조를 모방한 네트워크 구조를 사용한 기계학습 방식이다. ‘알파고’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여 만든 인공지능의 대표적인 예이다. 딥러닝은 사진에서 단번에 특징을 학습하는 것이 아닌 여러 개의 깊은(deep) 층을 통과시키며 사진 속 특징을 학습한다. 여러 개의 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 층을 순차적으로 통과하며 점이나 모서리(edge)와 같은 세밀하고 자잘한 특징부터 얼굴의 전체적인 형태의 특징까지 단계적인 학습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단순한 구조부터 시작하여 점차 복잡한 정보를 인식할 수 있을 때까지 복잡성을 증가시키며 학습하는 딥러닝 덕분에 좀 더 정확하게 눈, 코, 입의 특징을 학습할 수 있는 것이다. 방대한 양의 얼굴사진 데이터를 딥러닝 모델에 입력으로 주고 얼굴의 특징을 학습하고 나면 이 모델이 탑재된 기계는 새로운 얼굴 사진에서도 눈, 코, 입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계가 얼굴의 특징을 기억하고 해당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기 때문에 얼굴을 움직이거나 방향을 바꿔도 정확한 위치에 화장을 해주거나 모자를 씌워줄 수 있는 것이다. 아아. 기술은 나의 삶을 얼마나 풍족하게 하는가! 꾸밈노동 없이도 상큼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니.

정소영 서울여대 기초교육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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