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제로 금리'는 물론 대규모 채권 매입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 경기에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매달 최소 1,200억달러(약 131조원)의 채권을 계속 사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여전히 미국 경기가 명확한 회복 신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이 확산되면 내년 중반 이후부터는 경기가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준금리를 현 0.00~0.25%에서 동결한다고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위원들은 경제 활동과 고용이 회복되고 있으나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연초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고 판단해 만장일치 찬성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 3월 제로금리를 결정한 후 6번째 열린 이번 FOMC 회의에서도 같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9월 회의와 마찬가지로 "다수의 FOMC 위원들은 오는 2023년까지 제로금리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연준은 대규모 채권 매입 지원책도 당초 계획보다 오랜 기간 지속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향후 몇 달' 동안만 운영한다고 설명했으나 이번에는 '경기 회복에 진전이 보일 때까지'라는 보다 강한 지원 의지를 드러냈다고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설명했다. 이는 금융시장을 안정화 하고 장기 차입금리를 낮게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연준은 "이러한 자산 매입은 원활한 시장 기능과 조정 가능한 금융 여건을 조성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흐름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백신이 널리 보급되면 내년 중반 이후에는 경제 회복이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중순이나 하반기에는 집단면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백신 보급 상황에 따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의회에서 논의하는 추가 경기부양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는 의견도 재차 밝혔다.
이날 연준은 이전보다 개선된 미국 경제 전망치를 내놓았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을 지난 9월 전망치 -3.7%보다 오른 -2.4%로 예상했다. 2021년과 2022년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4.0%에서 4.2%로, 3.0%에서 3.2%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