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LP(한 면에 한 곡만 실린 싱글과 달리 재생 시간이 길다는 뜻의 Long Play 앞 글자를 딴 것)'로 불리는 바이닐 레코드의 인기가 높아지며 지난 한 해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음반 판매 사이트 예스24(대표 김석환)가 최근 3년간 자사 사이트를 통한 LP 판매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LP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73.1%나 늘었다. 특히 국내 대중음악 LP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262.4% 증가하며 큰 폭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LP로 발매된 국내 대중음악 앨범은 지난해 117종에서 올해 151종으로 34종이 더 발매됐다. 올해 예스24 LP 판매 베스트셀러 상위 10위 안에 가요 LP는 8개나 올랐다.
올 한 해 동안 예스24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LP는 백예린의 1집 '에브리 레터 아이 센트 유(Every letter I sent you)'다. 이 LP는 예스24를 포함해 여러 판매처에서 총 1만5,000여장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LP가 음악 매체인 동시에 기획상품(굿즈)으로 인기를 끌면서 K팝 아이돌 가수들도 하나둘 LP를 발매하고 있다. 아이돌 비투비 멤버 임현식의 '랑데부+라이브 앨범', 워너원 출신 김재환의 '모멘트' LP는 예스24 가요 LP 판매량 순위에서 각각 3, 6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를 싱글 레코드를 내놨고, 블랙핑크도 홈페이지를 통해 정규 1집 '디 앨범'을 LP로 1만 8,888장 발매해 곧바로 매진시켰다.
기존에 LP로 발매된 적이 없는 앨범이나 오래 전 LP로 발매돼 구하기 어려워진 앨범도 속속 재발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소라의 '눈썹달'은 16년 만에 처음으로 LP로 발매됐는데 13만5,000원이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1시간여 만에 예스24, 알라딘 등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3,000장이 모두 팔려나갔다. 300~1,000장 규모의 한정판으로 발매된 크러쉬, 이적, 김동률, 신승훈 등 인기 음악가의 LP는 순식간에 품절을 기록해 추가 발매가 추진되고 있다.
LP 붐의 주역은 어릴 적부터 모바일 기기로 음악을 들어온 20, 30대다. 실제로 예스24가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가요 LP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30대 비율이 31.7%로 가장 높았고 20대가 21.2%로 뒤를 따랐다. 이전까지 LP의 주요 소비층이었던 40대는 19.7%, 50대가 19.4%를 기록했다.
LP의 인기는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 먼저 시작했다. 미국음반산업협회(RIAA)의 2020년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P 판매액은 약 2억3210만달러(약 2,750억원)로 CD 판매액(약 1억2,990만달러)를 넘어섰다. LP 매출이 CD 매출을 추월한 건 1986년 이후 34년 만이다. 1980년대 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음악 매체로 군림하다 CD에 밀려 쇠락의 길을 걸었던 LP가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국내에선 최근 2, 3년 사이 LP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며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LP 제작사인 마장뮤직앤픽처스 관계자는 "주문량이 지난해 대비 두세 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LP의 인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예스24 최하나 아티스트사업팀 LP 담당 MD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에 따라 기존 매체들이 퇴조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MZ(밀레니엄+Z세대) 세대의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LP 음반 판매량이 성장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20~30대 팬덤을 가진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음반 발매를 준비하고 있는 만큼 향후 LP 시장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