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시역의 약 3분의 1이 해양에 노출돼 있으며 천혜의 해안경관과 자연자원을 가진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자 국내 최대 국제무역항이다. 최근 수도권에서 종합해양과학 연구기관과 해양수산정책 국책연구기관 등이 이전해오면서 부산시가 슬로건으로 내세운 ‘동북아 해양수도’를 실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부산은 부산대개조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2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 ‘북항 재개발 사업’이 조만간 본격화된다. 이 중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은 부산항만공사를 중심으로 기반시설 조성 착수, 부지 매각과 함께 사업화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부산항 북항 통합개발 2030’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은 자성대부두 재개발, 부산역 및 부산진역 철도시설 재배치, 주변지역 재개발 등이 포함돼 항만과 철도, 배후지역을 결합 개발하는 최초의 항만재개발 사례다. 이를 위해 부산시는 올해 8월 도시‧건축 전문가로 꾸려진 TF를 발족했으며, 공공성을 담보한 금융‧비즈니스‧연구개발 중심의 혁신성장 거점을 조성할 계획이다.
북항 재개발은 2030 부산월드엑스포 유치 등과 연계해 부산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미래를 여는 프로젝트로, 부산을 동북아 해양수도의 위상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도시공간구조, 핵심기능과 시설, 공공성 등을 뛰어넘어 북항 재개발은 부산의 100년 미래를 담아내야 하며, 특히 항만재개발인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의 경우 부산의 100년 역사까지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들어 인류가 당면한 핵심이슈 중 하나는 기후변화의 대응문제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과 슈퍼태풍 등 해양환경의 변화가 날로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문제 해결과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모델로 스마트시티를 채택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해양과 연안의 공간관리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부산의 과거와 미래 100년을 담아내는 북항 재개발을 위해서는 우선 해양과 전면을 맞닿고 있는 부산 북항을 바라보고 접근하는데 있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해양에 면한 단순 친수공간이 아니라 해양의 특성이 반영되고 해양과 교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며, 특히 과거를 잇고 미래의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지능정보기술 기반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AI(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와 같은 첨단기술로 공간을 채우고 보는 지금 한국의 스마트시티 사업방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과 앞으로 발전해나갈 최첨단 기술을 수용하면서 주변지역과 교류하고 도시민들의 삶이 능동적으로 바뀌어가는 그런 공간을 계획해야 한다. 이미 사업단계에 접어든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구역은 어렵겠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2단계 사업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부산이 북항 재개발 사업을 통해 대개조 비전이 실현되고 동북아 해양수도로 거듭나기 위한 추진방안으로 해양특성 반영과 기후변화 대응이 가능한 ‘해양스마트시티’ 모델을 제안한다. 추가적으로 기술에 의존하는 단순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더 나은 도시를 만들 상상력과 새로운 기술을 펼쳐볼 실험공간으로서 공공과 민간, 시민 간 협력적 실험을 시도하는 도시혁신만이 ‘북항 해양스마트시티’의 성공적 구현을 담보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이주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