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코로나 영웅’ 중난산(鐘南山) 공정원 원사의 흉상을 세웠다. 살아있는 사람의 조각상을 만들어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내부고발자로 의로운 죽음을 택한 의사 리원량(李文亮)보다 중 원사를 먼저 기렸다. 중국의 ‘영웅 띄우기’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2일 중국 광둥성 화난사범대 부속중학교에서 동상 제막식이 열렸다. 2m는 족히 넘는 기단 위에 1955년 졸업생 중 원사의 상반신을 본뜬 흉상이 설치됐다. 중 원사는 몰려든 환영 인파 앞에서 “올해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7,000만명을 넘었지만 중국은 여전히 평온하다”면서 “우리 국가와 정부는 인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이 같은 행사를 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호흡기질환 최고 권위자인 중 원사는 84세 고령임에도 지난 1월 코로나19가 집단 발병한 후베이성 우한으로 달려가 중국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한 공로로 9월에는 최고 영예인 공화국 훈장을 받았다. 중국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 “코로나19가 사람 간 전염될 수 있다”고 인정해 학자의 본분을 지켰다는 평가도 얻었다.
하지만 “중국은 코로나19 발생지일 뿐 발원지는 아니다”고 주장해 미국 등 서구와 코로나 ‘중국 책임론’이 격화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후 중국 전문가들은 수입 냉동식품을 통한 코로나 바이러스 해외 유입을 부각시키며 중국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입장으로 발 빠르게 돌아섰다.
중국 펑파이는 16일 “중 원사의 영웅적 기개를 배워야 한다”고 치켜세운 야오쉰치(姚訓琪) 교장의 축사를 전했다. 하지만 생경한 광경을 바라보는 일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생존 인물의 동상 제작은 중국 전통에 어긋나는데다 당사자가 제막식에 직접 참석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난 2월 34세 젊은 나이에 숨진 의사 리원량을 추모하는 동상부터 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반론이 적지 않다. 그는 코로나19를 세상에 처음 알리고도 유언비어를 유포해 사회질서를 해쳤다는 이유로 반성문을 쓰는 처벌을 받았다. 하지만 부당한 조치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중국 공안은 유족에게 사과하고 정부는 ‘열사’ 칭호를 추서했지만 그 뿐이었다.
이에 대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네티즌을 인용,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미국 시카고에 구리로 만든 동상이 있고, 마담 투소에는 전 세계 스타들을 본뜬 밀랍 인형이 전시돼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