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英 브렉시트·코로나 대응에 불만 '부글'... 300년 '한 지붕 두 가족' 깨지나

입력
2020.12.16 16:57
스터전 수반 "런던에 코로나 대응 맡겨선 안 돼"
지지부진한 英-EU 브렉시트 협상도 불안감 높여
내년 스코틀랜드 총선 앞두고 독립 목소리 커져

1707년 ‘연합 왕국(UK)’ 성립 이래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살았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300여년 간의 동거를 끝마칠 수 있다는 예상에 갈수록 힘이 실리고 있다. 난항을 겪고 있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와 날로 심각성을 더해 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이 스코틀랜드 독립이라는 ‘나비효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잉글랜드 위주의 대응을 펼치면서 스코틀랜드가 배제됐다는, 이른바 ‘홀대론’이 스코틀랜드 시민들 머리에 뿌리 박혔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행정수반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연례 총회에서 “웨스트민스터(런던 의회)에 우리의 감염병 대유행 대응을 위탁하길 원하는 스코틀랜드인이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스코틀랜드가 독립 국가가 되는 데 “이보다 더 확실했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지만, 스코틀랜드 자치정부가 대놓고 거부한 셈이다.

존슨 총리가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브렉시트도 스코틀랜드의 독립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 2016년 영국 전역에서 실시된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와 달리 EU 잔류를 선택했으나 뜻이 꺾인 적이 있다. 하지만 영국과 EU의 ‘이혼 협상’ 격인 미래관계협정 타결이 계속 미뤄지자 스코틀랜드인의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니컬라 매큐언 에든버러대 정치학 교수는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에 “브렉시트가 영국 경제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 커지면서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은 영국이 더 이상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스코틀랜드는 독립 수순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스터전 수반이 이끄는 SNP는 내년 5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 앞서 분리독립 관련 법안 초안을 내놓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여론도 독립에 호의적이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15일 영국 여론조사기관 서베이션을 인용해 스코틀랜드 성인 52%가 스크틀랜드 독립에 찬성했다며 “최근 여론조사에서 독립 지지 여론이 16회 연속 과반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했으나 찬성 44.7% 대 반대 55.3%로 실패한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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