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폭력 40년 시달렸는데 이혼 못하는 中 여성

입력
2020.12.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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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시성 63세 여성, 법원이 이혼소송 기각
평생 남편 욕설·구타 참아..."이혼 사유 안돼"
유사 사례 이혼 인정에 오락가락 판결 논란
이혼 급증에 법 판단 엄격... 30일 냉각기도

40년간 남편의 욕설과 구타에 시달려온 60대 중국 여성의 이혼을 법원이 불허했다. 부부간 감정이 완전히 깨지지 않은데다 서로 의지하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원고와 여성계는 “이혼의 자유와 여성 인권을 침해했다”며 반발했다. 반면 가정 폭력을 이유로 이혼을 인정한 사례도 적지 않아 오락가락 판결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산시성 황링현 인민법원은 남편 양(楊ㆍ66)모씨를 상대로 리(李ㆍ63)모씨가 낸 이혼소송을 지난 2일 기각했다. 1980년 결혼한 이후 40년간 참다가 용기를 냈지만 무산됐다. 리씨는 “남편이 걸핏하면 욕설을 퍼붓고 자주 때렸다”면서 “세 자녀가 성장해 가정을 꾸릴 때까지 어떻게든 견뎠지만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 나 견딜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40년 부부관계를 끝낼 정도의 갈등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황혼기에 힘들게 얻은 행복을 소중히 지켜야 한다”며 “이해하고 소통하면 가정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와 달리 쉬저우시 쑤이닝현 법원은 2017년 67세 여성이 요구한 한 살 위 남편과의 이혼을 허락했다. 1973년 결혼해 40년 넘게 가정 폭력을 당했는데 부인이 손가락 골절 등 몸에 상처가 남은 점이 인정됐다. 지난해 8월 남편의 구타를 견디지 못해 아파트 2층에서 뛰어내렸던 허난성의 여성도 법원에서 이혼이 받아들여졌다.

법조계는 리씨가 이혼을 요구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중국 혼인법은 △중혼 또는 타인과 동거 △도박ㆍ마약 중독 △배우자와 2년 이상 별거 △가정 폭력 △부부간 감정 파탄을 이혼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리씨의 경우 어느 것도 입증하기에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법원의 이혼소송 기각 비율은 2014~2015년 63%에서 2016~2017년 66%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내달부터는 합의이혼의 경우에도 신청일로부터 30일간 냉각기를 갖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이혼 신고 건수가 합의이혼이 시작된 2003년 130만건에서 지난해 415만건으로 3배 이상 증가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탓이다.

남편의 이혼 반대로 합의를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법원을 찾은 리씨의 경우 항소하려면 규정상 6개월이 지나야 한다. “남편과 한 집에 사는 끔찍한 생활을 지속하라는 건 엄청난 고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 기혼 여성 누군가는 7.4초마다 구타에 시달리고, 매년 15만7,000명이 자살하는데 이중 60%가 가정 폭력 때문이라는 유엔인구기금 조사 결과도 있다. 비판이 일자 내년 시행하는 새 민법은 이혼사유의 별거 기간을 2년에서 1년으로 줄였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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