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으로 불리는 남북관계발전에관한법률 개정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두고 미국 국무부와 인권단체에 이어 의회 일각에서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미국 조야에서 북한 인권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로 내달 출범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방송(VOA)에 따르면 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마이클 맥카울 의원은 이날 한국의 대북전단법 금지 처리에 우려 성명을 냈다. 맥카울 의원은 성명에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가치”라며 “미 의회는 독재정권 아래 있는 북한에 외부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오랫동안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의 밝은 미래는 북한이 한국같이 되는 데 달려 있지 그 반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같은 당의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도 앞서 11일 “한국 헌법과 시민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 규약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며 법이 통과될 경우 국무부가 인권보고서와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 한국을 비판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공언했다. 의회 내 초당적 국제인권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인권 분야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그는 한국을 국무부 ‘워치 리스트(감시대상)’에 올리고 관련 청문회를 소집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권 전문가들과 국제단체 안에서도 비판적 기류가 읽혀진다. 미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로버타 코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은 변화를 촉진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면서 “그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은 김정은의 지도력을 강화하고 북한 주민들의 고립을 강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CNA) 국장도 같은 방송에서 “한국 정부가 이번 결정으로 남북대화 재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라고 꼬집었다. 세계 47개 국제인권단체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전향적으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에 다음달 20일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며 대북제재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민태은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통일연구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민주주의 재건을 국내외적으로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인권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인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은 13일 자신의 지역구인 델라웨어주 윌밍턴을 찾은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팀에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