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는 향후 중국과의 무역·기술 전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그의 최근 각료급 인사(人事)에서 그 해답의 일부를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차기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지명된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45) 이야기다.
대만계 이민자의 딸로 코네티컷주(州)에서 나서 워싱턴 DC에서 자란 타이 지명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중(對中) 강경론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그녀를 ‘벨벳 장갑 속의 강철 주먹’이라 불렀다. ‘벨벳 장갑’은 협상과 설득에 능한 부드러움을, ‘강철 주먹’은 원칙과 소신에 흔들림이 없는 그녀의 강인함을 표현하고 있다.
예일대와 하버드 로스쿨을 나와 통상(通商) 변호사라는 엘리트 코스를 달리던 그녀가 USTR에 처음 몸담게 된 해는 2007년. 미·중 무역 분쟁, 특히 중국의 통상정책 이행 이슈를 담당하다 2017년에는 미 의회로 진입, 미 하원세입위원회(위원장·리처드 닐 민주당의원) 민주당 수석자문위원이 된다. 작년에 발효된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에 노동, 환경 조항을 도입하는 등 ‘의회 내 다양한 세력을 조정하는 촉매 역할을 초당적으로 잘 수행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녀지만 원칙만큼은 명확하다. “미국의 대중(對中) 정책은 우리가 누리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삶의 방식을 수호하는 데 그 초점을 맞춰야 한다.” 타이 지명자가 올해 여름에 한 말이다. 그녀의 발언은 지난 7월 “파산한 전체주의의 신봉자”라고 시진핑 국가주석을 맹비난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닉슨 도서관 연설이나 2018년 10월 “중국은 미국인 전체가 공화 민주를 떠나 중국에 대해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역설한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 연구소 연설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의 입각을 중국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바이든 당선자의 차기 무역대표 조기 지명은 몇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첫째, 인권과 안보 그리고 통상의 연계전략이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 더욱 노골화될 전망이다. 타이 지명자는 중국을 겨냥, ‘인류의 존엄성과 인간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통상 정책수단을 인권이나 안보 이슈에도 적극 활용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그녀는 홍콩·위구르·신장·티베트에서 광범위한 인권 탄압이 자행되고 있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으며 중국식 사회 및 사상 통제가 중국인과 세계에 초래할 위험성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둘째, 리쇼어링(기업의 본국 회귀)이나 바이아메리칸 (미국산 구매) 정책 등 미국 경제 회복을 돕기 위해서도 바이든 행정부는 통상정책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이다. 타이 변호사도 무역대표 지명식에서 “무역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를 창출하는 수단”이라며 “경제위기 극복에 있어 무역의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셋째, 타이 지명자는 복수의 동맹국들과 함께 반중연대 스크램을 짤 것으로 보인다. 특히 EU·일본과 손잡고 환경, 노동, 디지털, 보조금 등 여러 영역에서 분야별 협상을 진행하는 동시에 기회를 포착, 중국에 ‘강철 주먹’을 날릴 태세다. 그 과정에서 유럽연합(EU)이나 한국에 부과한 철강 관세나 쿼터 혹은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요구 등은 다소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 미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재가입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영국이나 케냐와의 무역협상 등은 국내 경제대책에 우선순위가 밀려 당분간 모멘텀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