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트럼프의 대중 관세 장벽 힘 뺐다

입력
2020.12.15 17:15
中, 작년 동기 대비 11월 한 달 동안 대미 수출량
46.1% 급증... 520억달러 흑자로 사상 최고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집콕’의 효과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해온 대(對)중국 무역 전쟁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심지어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사상 최대 폭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중국산 물품의 미국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등 악재 속에서도 중국은 지난 11월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21.1% 급증했다. 흑자는 754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미국을 상대로 한 수출량도 전년 동기 대비 46.1% 껑충 뛴 51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 세계나 미국을 대상으로나 모두 사상 최고치다.

원인은 코로나19다. 미국 전역에 취해졌던 봉쇄 정책 탓에 미국인이 휴가나 외식 등에 돈을 쓰는 대신, 집을 꾸미고 가전제품을 사들이며 재택 근무 관련 용품과 실내 운동기구 같은 온라인 쇼핑에 눈을 돌린 것이다. 완구 업체 ‘베이식펀’의 제이 포먼 최고경영자(CEO)는 “3, 4월에 수요가 늘어 6월 이후 증가폭이 더 커졌다”며 “모두가 아시아와 중국산 물품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NYT에 말했다.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 역시 미국 세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의 중국산 물품 수입은 마스크 등 보건 용품에서부터 전자 제품까지 광범위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강력한 봉쇄 조치와 광범위한 내부 감시로 코로나19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고 제조업 생산 행렬에 재빨리 복귀한 것도 이유로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조업 기반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했지만 NYT는 “글로벌 공급망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징후는 거의 없다”며 “미국의 코로나19 대유행은 중국의 제조업 입지만 강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메리 러블리 피터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빠른 경제 회복과 대유행 기간 미국인들이 의지해 온 제품의 공급원으로서의 지배력이 트럼프 관세의 효과를 능가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더해 중국 제품의 미국 수출길이 더 넓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NYT는 식당과 항공사, 놀이공원 등 종사자의 수입은 감소했지만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 종사자의 통장 잔고는 되레 증가했다며 소비자 지출이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중국 물품이 미국 시장을 더욱 장악할 수 있지만 ‘배송 지연’으로 방해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역대 최대 물량을 미국에 쏟아냈지만 미국에 보낸 컨테이너 박스가 중국으로 돌아오지 않아 추가 물량 선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로스앤젤레스항에선 10월 한 달간 미국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 수보다 두 배 많은 빈 컨테이너를 중국으로 보냈다고 관계자가 증언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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