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간호사 첫 코로나 백신 접종에 환호...30만명 희생 딛고 '희망의 첫 발'

입력
2020.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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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미국 내 첫 접종
14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백신 접종 본격화

14일(현지시간) 오전 9시 미국 뉴욕시 퀸스에 있는 '롱아일랜드 쥬이시 의료센터'. 이 병원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샌드라 린지 간호사가 왼팔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주사를 맞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미국 내 첫 코로나19 백신 접종 순간이었다. 이 장면을 화상으로 지켜보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州) 주지사는 "이 무기(백신)는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접종 직후 트위터에 "첫 백신 접종. 미국과 전 세계에 축하를"이라는 글을 남겼다. 미국이 드디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순간이었다.

13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행정 승인 절차가 끝나자 미시간주 포티지 화이자 공장에서 생산된 백신이 미국 전역에 운송되기 시작했고 이날부터 접종에 돌입했다. 지난 1월 22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지 11개월 만의 첫 승전보다. 미국은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 등에서 먼저 백신을 접종하면서 고위 관리들도 최대한 빨리 백신 주사를 맞기로 했다. 이로써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은 커졌다. 하지만 미국 내 하루 사망자가 2,300명을 넘는 등 불안도 여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로버트 레드필드 국장은 CDC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가 12일 결정한 백신 사용 권고를 13일 수용했다. 앞서 미 식품의약국(FDA)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가 10일 화이자·바이오엔테크 공동 개발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했고, 11일 FDA는 이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접종을 위한 당국의 긴급사용 승인 절차가 모두 끝났다.

심사 절차 완료 후 미시간주 화이자 공장에서 선적된 백신은 트럭과 비행기 편으로 미국 전역에 이송되기 시작했다. 14일 145곳, 15일 425곳, 16일 66곳 등 총 636곳의 장소로 옮겨진 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과 장기요양시설부터 먼저 접종에 들어간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영하 70도 이하 온도 보관이 필요해 특수 배달·보관 시설도 준비됐다. 초기 배포된 백신은 290만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미국은 올해 말까지 4,000만회(2,000만명)분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 백신 개발을 총괄하는 '초고속작전'팀 몬세프 슬라위 최고 책임자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내년 1, 2월부터는 5,000만~8,000만회분 백신이 매달 배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제약회사 모더나 백신도 17일부터 긴급사용 승인 절차에 들어간다. 또 존슨앤드존슨은 1월 말 혹은 2월 초, 아스트라제네카는 2월말쯤 승인이 예상된다.

슬라위 책임자는 "내년 1분기까지 1억명이 면역력을 갖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코로나19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75~80%가 면역력을 가져야 하고, 내년 5~6월 사이에는 이 지점에 도달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내년 1월 취임 후 100일 내에 1억명 접종 계획을 언급한 상태다.

미 뉴욕타임스, 블룸버그통신 등은 백악관을 비롯해 입법·사법·행정 3부 고위 관리도 우선 순위로 백신을 접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밀접 접촉하는 백악관 직원들이 먼저 백신을 맞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4일 백신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트위터를 통해 "백악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이상 상대적으로 늦게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며 "내가 이렇게 되도록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12일까지 집계된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625만명, 사망자는 29만9,000여명이다. 이날 하루 사망자만 2,368명, 확진자는 21만9,000여명에 달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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