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발달장애 아들과 함께 살다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관련기사 '사망 5개월 만에 발견된 엄마, 노숙자가 된 아들… 방배동 모자의 비극') 김모(60)씨가 가장 마지막으로 했던 일은 '모기보안관'이었다. 여름 내내 동네 구석구석을 돌며 소독 방역을 하고 받은 124만원. 그게 김씨의 마지막 벌이였다. 그마저도 한 달이 아니라 60일을 일해 받은 돈이었다.
그러나 아들의 발달장애를 등록해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수백만원의 검사비와 치료비가 필요했다. 배보다 배꼽이 큰 장애 등록이 두려웠던 김씨는 아들 최모(36)씨를 아무 도움 없이 홀로 보살폈고, 결국 아들을 남겨둔 채 집에서 홀로 눈을 감았다.
정부가 반복해서 강조하던 '취약가구 발굴'에서, 김씨 가족은 제외됐다. 어머니 김씨 사망 이후 본보 취재가 이뤄진 다음에야 때늦은 지원 검토는 시작됐다. 14일 방배동 주민센터는 “아들 최씨의 장애 등록 과정 지원을 검토 중”이라며 “40만~70만원인 심리검사비와 6개월간의 심리 치료 비용까지 최대한 지원하려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최씨를 돌보며 살았다. 김씨가 올해 7월(추정) 숨졌음에도 발달장애 아들이 이를 외부에 알리지 못해, 김씨의 시신은 5개월간 집에 방치됐다.
본보 취재 결과 최씨는 발달장애가 있지만, 장애인 등록에서는 빠져 있었다. 최씨를 돕고 있는 복지사 A씨는 "값비싼 검사 및 등록 비용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발달장애 등록을 위해선 정밀검사와 6개월간의 치료가 필요한데, 기초수급생활자가 감당하기 큰 금액이다. 정유진 소통과지원연구소 실장은 “통상 진단비만 40만~60만원, 많으면 100만원 이상까지 든다”며 “6개월간 치료비도 회당 4만원(월 평균 8회)선이라 총 200만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 달 수십만원 정도의 공공근로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엄마에겐 턱없는 비용이었던 셈이다.
김씨 모자는 이 비용을 지원받을 길도 없었다. 영유아 검진시 이뤄지는 발달선별 검사에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경우, 생계 수준에 따라 검사비를 최대 20만~40만원 정도 지원이 나온다. 그러나 아들 최씨는 이미 30대 어른이었고, 김씨 모자는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는 기초생활수급자였다. 의료급여 수급을 받으려면 오래 전 이혼해 연락을 끊은 전 남편 등(부양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김씨 모자는 건강보험료, 전기료, 수도료 등을 계속 내지 못한 상태였으나, 정부는 이들의 어려움을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건보료 체납, 단전·단수 등 30여개 정보를 토대로 지자체에 취약가구 목록을 통보하는데, 김씨는 2018년부터 이미 기초수급자로 지원받고 있다는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결국 이들의 사정을 현장에서 확인하고 도움의 손길을 뻗을 '현장 행정력'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260명의 기초수급자를 혼자 돌봐야 하는 사회복지 공무원은 김씨 모자의 사정을 제대로 살피기 어려웠다. 서초구는 뒤늦게나마 기초생활 수급을 받는 2인 가구 대상 전수조사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극에 이를 수 있는 위기 가정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려면 사회복지 관련 인력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봉주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는 본인의 신청이 있어야만 등록을 해 주기 때문에, 신청자가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사회복지사나 주민센터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손길이 닿지 않는 곳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