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들쑤시는 머스크에… 유럽 지도자들, '절제된 반격'
유럽 주요국 지도자를 향해 연일 막말을 퍼붓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향한 반격이 시작됐다고 6일(현지시간) 미국 폴리티코 등이 보도했다. 머스크의 공격을 받았던 당사자뿐 아니라, 다른 유럽 정상도 힘을 보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최측근인 머스크의 발언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유럽 정치를 미국인인 그가 주무르지 못하도록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 셈이다. 다만 머스크를 비판하되, 그 수위를 절제하려는 모습도 엿보인다. 차기 미국 행정부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에 발탁된 '실세'이자 '강성 극우 인사'로 분류되는 머스크와의 정면 대결은 실익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럽 정치권에 대한 머스크의 맹공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에서부터 시작됐다. 작년 11월 독일 연립정부 붕괴 당시 사회민주당 소속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를 "무능한 멍청이"라고 비판하더니, 지난달 연방 의회 해산을 발표하며 '2025년 2월 조기 총선'을 명령한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향해선 "반(反)민주적 폭군"이라고 조롱했다. 독일 주류 정치권 공격은 머스크가 공개 지지한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위한대안(AfD)'에 힘을 싣기 위한 의도로 풀이됐다. 머스크는 영국으로 무대를 넓혔다. 맹비난의 타깃은 집권 노동당 대표인 키어 스타머 총리였다. 지난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서 '스타머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장을 맡았을 당시 아동 성착취 사건을 은폐했다'고 주장하며 진상 규명 및 총리 사퇴를 요구했다. 이튿날에는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향해 '의회 해산 및 조기 선거를 통해 노동당 정부를 몰아내자'고 제안했다. 역시 머스크가 영국 극우 정당인 영국개혁당을 지지하는 것과 직결되는 행보다. 머스크의 공격을 받은 지도자들은 '절제된 반격'에 나섰다. 독일 정부 대변인은 6일 "독일 국민 대다수는 정상적이고 합리적이며 품격 있다. 머스크의 거짓말, 반쪽짜리 진실, 개인적 의견이 8,400만 명 인구의 한 나라(독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는 건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앞서 "트롤(troll·관심을 끌 목적으로 일부러 시비를 거는 사람)에게는 먹이를 주지 말아야 한다"고 했던 숄츠 총리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는 언급이었다. 스타머 총리도 6일 머스크를 향해 "선을 넘었다"면서도 "(나는) 정치의 치열함과 활발한 토론을 즐기지만 그것은 거짓이 아닌 사실·진실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거짓말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주변국 정상들도 '머스크 비판'에 가세했다. 머스크가 유럽 정치 지형을 흔들려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머스크가 몰아세우는 인사는 주로 좌파 성향인데, 이는 친(親)기업 정책을 펴는 우파 정부가 들어서는 게 자신의 사업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일 공산이 크다. 중도 좌파로 분류되는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는 "SNS에 대한 엄청난 접근권과 경제력을 가진 사람이 다른 국가의 정치에 직접 관여하는 행태가 우려스럽다"고 일침을 놓았다. 심지어 중도 우파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조차 "세계 최대 SNS 소유주가 새로운 국제 반동 운동을 지원하고 독일 선거 등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10년 전만 해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라고 꼬집었다. 유럽연합(EU)도 머스크의 유럽 정치 개입 논란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달 9일로 예정된 머스크와 AfD 공동대표 앨리스 바이델 간의 온라인 대담과 관련, EU 규제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