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콩 갈등 2R 발발? 美, '中저격' 댐 관측사이트 운영 시작

입력
2020.12.14 14:40
美, '오픈소스' 메콩 댐 모니터 15일부터 가동 
4월 '중국 댐 메콩가뭄 유발' 주장 이후 2차전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다시 시작됐다. 중국 포위 전략을 고수 중인 미국이 메콩유역 가뭄의 원인으로 지목된 강 상류 중국 댐에 대한 관측 정보를 공개하며 중국을 다시 자극하고 나선 것이다. 가뭄과 자국 댐의 인과관계를 부인하는 중국 역시 강경대응 기조를 거두지 않아 향후 역내 갈등은 더 커질 공산이 크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 국무부의 지원을 받는 '메콩 댐 모니터' 인터넷 사이트가 15일부터 정식 운영된다. 미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동남아시아 프로그램과 물 분야 연구업체 '아이즈 온 어스'(Eyes on Earth)가 함께 운영하는 이 사이트는 메콩강 상류에 위치한 중국의 11개 댐을 포함한 총 15개 댐에 대한 관측 정보를 공개한다. '오픈소스' 형태로 제공되는 주요 정보는 △댐에 저장된 물의 양과 수온 △적설량 △강수량 △수량 흐름 등이며, 미국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원격감지기술과 위성 등을 동원할 계획이다.

미국의 행보는 "중국이 여전히 댐 정보를 숨기려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중국이 메콩강 수자원 정보 사이트를 통해 댐 외측 하부 수면 일부 정보를 공개했지만, 이 수치만으로는 가뭄과 댐의 상관 관계를 규명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팀슨센터 측도 "(댐 외부) 강 수위와 댐 운영 데이터는 완전히 다른 지표"라며 "중국은 블랙박스에 숨겨둔 상류 저수지 물의 양 등 핵심 정보를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중국은 올 4월 '메콩강 상류 댐 가뭄 유발설'을 제기한 미국 측 보고서가 나온 뒤 역내 반중 정서가 강해지자 지난 8월 "댐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베트남 외교가 관계자는 "'댐 정보는 국가 안보 영역'이라는 입장까지 일부 철회한 중국이 미국의 저격에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과학계가 올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만큼 바이든 정부와의 첫 정면충돌이 메콩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은 대중국 인도-태평양 포위 전략의 마지막 퍼즐인 메콩유역국(미얀마ㆍ태국ㆍ라오스ㆍ캄보디아ㆍ베트남) 포섭을 위해 최근 '메콩강 이니셔티브(LMI)'를 파트너십으로 격상했다. 이에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우선 제공과 대규모 차관 및 투자 등을 약속하며 역내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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