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은 인민해방군과 기술을 공유한다. 공산당 권력 장악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월 지적한 말이다. 이후 미 정부는 화웨이 등 특정 업체를 겨냥한 ‘핀셋’ 제재에 주력했다. 최근 들어 개별 기업 단위를 넘어 자본주의의 꽃인 주식시장으로 개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주가지수 산출대상에서 중국 기업을 무더기로 제외하는 ‘벌크’ 제재로 수위가 높아졌다. 미국 연금이 뭉칫돈으로 중국 기업에 유입돼 결과적으로 공산당을 지원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미 국무부는 5일 보고서를 통해 “국가안보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위협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확대돼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주요 주가지수에 중국 악성기업이 속속 편입되면서 미국 투자자들이 공산당에게 자금을 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내용이다.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의 ‘신흥시장(EM) 지수’에는 중국 본토에서 위안화로 거래되는 상장기업이 230개나 포함돼 있다.
수익을 좇아 중국 기업에 투자한 것이니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무부는 미국 증시의 ‘큰 손’인 연금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연금기금이 MSCI 지수를 투자 지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역에서 운영하는 공적연금은 3,992개(중앙정부 231개, 지방정부 3,761개)에 달하고 개인연금 운용규모는 10조7,000억달러(약 1경1,667조원)에 이른다. 중국 기업이 미국인의 노후생활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이어서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 정부로서는 ‘불쾌한’ 상황이다. 이외에 각종 펀드와 보험, 심지어 대학 기부금도 투자의 준거로 MSCI 지수를 활용한다. 중국과 깊숙이 엮여 있는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ㆍ런던증권거래소(FTSE) 지수도 사정은 비슷하다. FTSE, MSCI 등 주요 지수에는 중국군과 관련 있는 상위 31개 기업 가운데 최소 22개의 모기업이 포함돼 있다. 지수에 편입된 계열사는 68개가 넘는다.
이에 FTSE는 중국 기업 8곳을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메이저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 다우존스 인다이시즈(S&P DJI)도 구성종목에서 중국 업체 21곳을 뺄 예정이다. MSCI도 대중 압박 행렬에 동참한다. 세계 3대 주가지수가 모두 중국을 외면하는 것이다. 지수 누락 대상에는 중국의 군용기ㆍ통신ㆍ감시장비 제조업체 등이 망라돼 있다. 중국 기업 4곳은 미국 나스닥 지수 산정에서도 빠졌다. 미 국무부는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수동적으로 가입한 인덱스 펀드에 모인 돈도 중국의 민간ㆍ군사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민간기업에 부당한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상무부는 “중국 군부가 기업을 지배한다는 건 억지”라고 주장했고, 외교부는 “미국이 법을 준수하는 중국 기업을 상대로 정부의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의 조치가 중국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둥샤오펑 런민대 중양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4일 글로벌타임스에 “단기적으로 피해를 입겠지만 중국의 경제나 군사발전이 미국의 제재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독자 개발 과학기술로 얼마든지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전문가들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8%로 전망하고 있다. 내년 1분기 성장률은 전년 대비 20%에 달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다.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는 “중국의 지난해 무기시장 점유율이 세계 2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