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서민의 ‘살고 싶은 내집 마련의 꿈'을 간과했고, 국민의힘은 은연 중에 공공임대주택 주민을 향한 차별 정서를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44㎡(옛 13평형) 임대아파트에 4인 가족도 살 수 있겠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이를 동원한 야당의 공격, 이후 청와대의 해명 과정에서다.
문 대통령은 11일 변창흠 국토교통부부 장관 후보자와 경기 화성동탄 공공임대주택을 방문했다. 변 후보자는 방 두개짜리 44㎡ 세대에서 “방이 좁기는 하지만 아이가 둘 있으면 (방을) 위에 1명, 밑에 1명에게 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니까 신혼부부에 아이 1명이 (세대) 표준이고, 어린 아이는 2명도 가능하겠다(는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일부 언론은 문 대통령이 '13평 집에 4인 가족도 살겠다' '부부가 아이 둘도 키우겠다'고 단언한 것처럼 보도했다.
청와대는 세 차례나 브리핑을 열어 문 대통령 발언을 바로잡았다. “문 대통령이 변 후보자의 말에 확인성 질문을 한 것”이라면서 '4인 가족이 살겠다'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주거 취약 계층과 중산층에 희망을 주려던 대통령의 본뜻이 가려졌다”고 했다.
그러나 논란은 진화되지 않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문 대통령 부부 2명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를 13평의 절반 수준인 6평으로 제한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문 대통령 발언이 분노를 산 건 임대주택이 아닌 '내 집'을 원하고, 내 집도 기왕이면 넓고 비싼 집을 원하는 당연한 욕망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집값 폭등으로 당·정·청 인사들이 수억원대의 시세 차익을 봤다' '고위 공직자들이 서울 강남에 집을 두 채 씩 갖고 있다'는 사실이 거듭 알려지는 상황에서 변 후보자의 발언에 호응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민감한 언급을 한 것이 문제이지, 발언이 '서술형'이었는지 '의문형'이었는지는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13일 논평에서 “백번 양보해 13평 아파트를 보고 (문 대통령이) 저런 질문을 하는 것은 그럼 상식적인가”라며 “오히려 그 좁은 공간에 4명이 살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 변창흠 후보자를 야단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료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의 의원도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중산층 부동산 해법처럼 홍보하려다 보니 국민 눈높이와 어긋나고 있다”고 짚었다.
부동산에 상처 받은 민심을 더 거칠게 건드리는 건 야당이다. 문 대통령을 공격하려다 공공임대주택 거주민을 결과적으로 비하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12일 페이스북에서 "이 정권 사람들 중에 공공임대에 살겠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자기들은 공공임대에 살기 싫으면서 국민은 공공임대에 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래서 이런 말들이 나오는 거다. ‘니가 가라 공공임대'"라고도 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카드대출을 '영끌'해 강남아파트를 산 변창흠 후보자가 국민들에겐 벌집 임대주택에 살라고 강요한다"며 '벌집 임대주택'이란 표현을 썼다. "국민들은 '살아야 할 곳'이 아닌 '살고 싶은 곳'을 원한다"는 논지였지만, '벌집'이란 수식어는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민석 대변인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공공임대주택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할 우리 국민이 자존감을 갖고 삶을 영위하는 곳”이라며 “그들(국민의힘 의원들)의 마음 속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