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벌금형이 확정된 사건을 검찰이 다시 기소하고, 이를 확인 못한 법원이 재차 벌금형을 선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대법원이 재판을 취소했다. 한 번 처벌한 범죄는 거듭 처벌할 수 없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을 어긴 사건이 비상상고로 1년여만에 바로잡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비상상고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면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비상상고는 판결이 확정된 후 법원의 심판이 법령을 위반한 것을 발견했을 때 이를 바로잡기 위해 밟는 구제절차로, 검찰총장만 신청할 수 있다,
A씨는 2017년 11월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으로부터 “체크카드를 빌려주면 월 5% 이자로 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와 비밀번호를 보낸 것으로 드러나 기소됐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통장·현금카드 대여를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벌금 400만원을 선고 받았고, 항소기간이 지나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A씨가 똑같은 범죄사실로 재판에 넘겨져 앞서 2018년 6월 이미 벌금 400만원의 확정 판결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파악됐다.
검찰총장은 대법원에 비상상고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공소사실은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에 따라 면소를 선고해야 한다”며 “이를 간과한 채 A씨에 대해 벌금형을 선고한 원판결은 법령을 위반했고, 피고인에게도 불이익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