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 이동 줄어" 쪼그라든 음원시장, 옛 노래 강세

입력
2020.12.14 04:30
[코로나가 확 바꿔놓은 음악시장]②
지코 '아무노래' 음원 재생 1위


대기업에 다니는 김모(40)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뒤 음악도 제대로 듣지 못한다고 했다. 재택근무 강화로 일주일에 회사를 나가는 횟수가 2~3회로 준 탓이다. 김씨는 "집에선 아이를 봐야 해 문화생활을 도저히 할 수 없다"며 "출퇴근 길에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는 게 유일한 낙이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집에서 주로 일을 하다 보니 그 즐거움은 잊고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1~10월 평균 15% 감소" OTT와 정반대

덩치가 부쩍 커진 음반시장과 달리 올해 음원시장은 기를 펴지 못했다. 음원 소비량은 줄고, 신곡보다 드라마에 삽입된 OST가 주목받았다. 코로나19로 시장이 활기를 잃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13일 멜론과 지니뮤직 등 국내 6개 음원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집계하는 가온차트 측에 따르면 지난 1~10월 음원 소비량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5%로 줄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원은 "1차 유행이 이뤄진 4월 23%가 줄고, 2차 유행이 진행된 9월 20%가 감소했다"며 "집에서 음악을 듣기 어려운 직장인들은 출퇴근 시간에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19로 그 시간대 소비가 일부 빠져 음원 소비량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기준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는 466만 명. 2년 전과 비교해 가입자가 10배 증가하며 올해 호황을 누린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와 달리 음원 서비스는 맥을 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OST 강세 '씁쓸한 이유'

생기를 잃은 음원 소비는 차트 순위로 드러난다. 가온차트에 의뢰해 1월 1일부터 12월 5일까지 음원 스트트밍(재생) 순위 상위 100위를 추린 결과, 톱5 중 아이유 '블루밍' 등 3곡은 지난해 하반기에 발표된 곡이었다. 올해 5월 이후 발표된 곡은 단 한 곡도 없었다. 그룹 쿨이 2001년 낸 노래 '아로하'를 배우 조정석이 다시 부른 동명 노래 등 드라마('슬기로운 의사생활') OST가 3위에 오르며 옛 노래가 되레 두각을 보였다. 20년 넘게 음반 제작을 해 온 가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활동에 제약이 많다 보니 올해 유명 가수들은 신작 발매를 삼가는 분위기였다"며 "그만큼 대중적으로 파괴력 있는 신곡이 나오지 않았고, 아무래도 사회적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보니 청취자들이 듣기 편하고 익숙한 노래를 찾아 OST가 강세를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톱10중 3곡은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거야' 등 드라마 OST가 차지했다. 올 가장 사랑받은 음원은 래퍼 지코가 지난 1월 낸 '아무노래'였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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