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방역,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실기 말아야

입력
2020.1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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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1,000명 돌파해  최대 규모 기록
늑장 대응에 병상 부족, 정부 믿을 수 있나

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숫자가 13일 1,030명을 기록했다. 주말이라 검사 숫자가 줄었는데도 지난 1월 국내 감염 확산 이후 최대 규모를 이틀째 경신하며 며칠 사이 2배로 폭증했다. 확진자 규모도 심각하지만 검사자 중 확진자 비율인 양성률이 1%대에서 5% 가까이로 늘었고 1, 2차 유행 때와 달리 생활 속 소규모 감염 비율이 높아져 경로 추적이 어려워졌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 말대로 백신 공급을 앞에 두고 "절체절명의 시간이자 실로 엄중하고 비상한 상황"을 맞았다.

잇단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도 불구하고 감염 확산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늘어나는 이유로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달 말 지역 감염자가 하루 평균 400명을 넘어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기준을 충족했는데도 핀셋 방역을 한다며 '2단계+α'를 들고 나왔다. 그 때 2.5단계로 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경청했다면 지금 상황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3단계로 가도 늦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구동성으로 나오는데 정부가 머뭇거리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경제적, 사회적 타격을 생각하면 지금 단계에서 확산세를 반전시켜야 한다"면서도 당장의 사회적 부담을 우려해 선제적 방역을 주저한 결과다. 오죽하면 자영업자들 입에서까지 "3단계로 가자"는 말이 나오겠나. '최선의 방역이 최선의 경제대책'이라는 사실을 거듭 명심해야 한다.

불과 며칠 전까지 병상 확보에 큰 문제 없다던 정부의 태도도 안이했다. 이미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포화 상태고 경증환자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도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겨울철 바이러스 유행에 대비해 코로나 전담병원 지정 등 병상 확보를 서두르라는 지적이 진작 나왔건만 일찌감치 발표한 병상 확보 계획도 지키지 못하면서 이제서야 병상 1만개 추가 확보 총력전에 나서는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다. "수도권에서 1, 2주 내 자택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가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코로나 3차 대유행을 우리보다 더 심각하게 겪는 나라가 수두룩하니 K방역에 자부심 갖는 것까지 나무랄 생각은 없지만 거기에 취해 있다가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은 아닌지는 되돌아 봐야 한다. 선제 대응에 실패하고 시민에게 거리두기 책임만 지우는 것은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다. "송구"하고 "면목없는 심정"이라는 대통령의 사과가 면피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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