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는 아이○를 입는다?”
“이제 못 입는 건가.”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12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입은 특정 브랜드의 패딩이 이른바 ‘블레임룩’으로 떠오른 탓이다. 블레임룩(blame look)은 사회적 논란이 된 인물이 착용해 화제가 된 의류나 액세서리 등을 가리킨다.
조두순이 출소 당일 입은 카키색 아이더 패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이슈가 되자, 해당 의류를 생산한 아이더 측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아이더 측은 “끔찍한 아동 성범죄로 국민 공분을 샀던 조두순이 아이더 패딩을 입은 채 출소해 당혹스럽다”며 “모자이크를 정중히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조두순의 블레임룩이 화제가 되며 온라인에서는 ‘최순실 프라다’ ‘조주빈 휠라’ 등 다양한 블레임룩이 소환되고 있다.
이른바 ‘n번방 사건’에서 ‘박사방’ 운영을 맡은 혐의로 징역 40년이 선고된 조주빈이 지난 3월 포토라인에 설 때 착용한 옷에는 스포츠 의류 브랜드 ‘휠라’ 로고가 큼직하게 보였다. 휠라코리아도 당시 언론에 “로고를 가려달라”고 요청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정농단 사건 주요 인물이던 최서원씨도 블레임룩과 함께 여러 패러디를 남겼다. 2016년 검찰에 출석하던 최씨가 취재진에 둘러싸여 신발 한 짝이 벗겨졌는데, 그 신발은 이탈리아 명품 프라다 제품이었다. 이후 영화 제목(‘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을 오마주한 ‘최서원은 프라다를 신는다’와 신데렐라에 개명 전 이름(최순실)을 합성한 ‘순데렐라’ 등의 풍자가 나왔다.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며 브랜드 가치는 오르는 역설적 현상도 나타난다. ‘희대의 탈옥수’ 신창원은 국내 블레임룩의 원조로 꼽힌다. 신창원이 1999년 검거 당시 입었던 니트는 이탈리아 브랜드 미쏘니의 모조품으로 밝혀졌지만, 해당 디자인이 인기를 끌면서 미쏘니 옷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져 판매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듬해 로비스트 린다 김이 썼던 에스카다 선글라스도 오랜 기간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켰다.
2007년 학력 위조 파문을 일으켰던 신정아씨는 뉴욕JFK공항에 등장하는 모습이 방송에 연일 노출되면서 패션 아이콘이 됐다. 당시 신씨가 입고 등장한 고가의 셔츠는 ‘신정아 티셔츠’로 불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후 횡령 및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교도소 신세를 진 신씨는 자신의 수인번호를 제목으로 한 자전적 에세이 ‘4001’를 출간했다. “학력은 가짜, 가방은 진짜”라는 세간의 냉소와 풍자에도 신씨가 이 책 출판 간담회에 들고 나온 300만원대 입생로랑 미니사이즈 다운타운백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