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철 한화 단장 “명가 재건과 동시에 내년 챔피언도 꿈꾼다”

입력
2020.12.1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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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방출은 떡잎 육성 위해 누군가 해야 할 일”
“외국인 감독, 선수 실력 객관적으로 평가해줄 것” 
“FA 영입보다는 팀 내 선수 기회 제공이 우선”

“명가 재건이라는 중장기 계획 추진과 동시에, 2021년 챔피언도 꿈꾼다.”

정민철 한화 단장이 재창단 수준의 기로에 놓인 구단을 향한 우려의 시선에 강한 어조로 자신감을 내보였다. 미국 출장으로 2주간 자가격리를 마치고 11일 구단에 복귀한 정 단장은 “무모한 리빌딩이 아닌 프로 구단으로 마땅히 해야 할 개혁이며 내년 챔피언을 목표로 한 것도 프로라면 당연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최하위로 올 시즌을 마감하면서 대대적인 팀 혁신에 들어갔다. 지난 2개월간 이용규 송광민 안영명 등 베테랑 선수 11명을 방출했고, 송진우와 장종훈 등 레전드 코치진과 결별했다. 프런트 조직 개편도 했다. 지난달 박찬혁 신임 대표가 취임하면서 외국인 감독과 외국인 선수 3명 영입까지 마치며 팀 리빌딩을 위한 기초 작업을 모두 끝냈다. 그 중심에 선 정 단장에게 다이나믹한 변화의 과정과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정 단장은 우선 베테랑들을 대거 내보낸 데 대해 “고뇌의 순간이었다”며 안타까움을 보이면서도 팀 체질 개선을 위해 누군가는 해야 했을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스포츠에서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며 “될성부른 떡잎을 선별해 육성하는 게 프로 구단의 임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감독(카를로스 수베로)과 수석코치(대럴 케네디), 투수코치(호세 로사도) 등을 외국인으로 구성한 것도 변화를 위해서다. 정 단장은 “부족한 부분을 선수 스스로 인식해 납득하도록 하려면, 이를 객관적으로 판단ㆍ설득해줄 지도자가 필요했다”면서 “국내 코치들도 훌륭하지만 그런 부분을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봤다”라고 외국인 감독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구단 프런트에 전략팀을 신설하고 스카우트팀을 단장 직속으로 둔 것도 선수 육성의 일환이라고 했다.

외국인 투수 닉 킹엄을 영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2년 연속 10승을 올린 워윅 서폴드를 포기하고 영입한 킹엄은 올해 SK 유니폼을 입었지만 팔꿈치 부상 여파로 2경기 만에 중도 퇴출됐다. 한화는 방출 후 킹엄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부터 미국에 국제팀을 파견해 주시해왔다. 정 단장은 자신도 현역 시절 같은 수술을 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킹엄의 재기를 확신했다. 그는 “뼛조각이 인대 등을 건드리는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고, 재활 과정도 인내심 있게 잘 극복했다”며 “타점 높은 좋은 하드웨어에, 속구, 다양한 구질 등을 갖추고 있어 올 시즌 부상 회복만 잘 한다면 포텐셜이 터질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정 단장은 수베르 감독과 함께 구체적인 팀 구성의 밑그림도 그려놨다. 내야는 하주석 노시환 정은원 등 기존 선수 및 유망주와 함께 메이저리그 출신 라이온 할리로 꾸린다는 계획이다. 이용규와 브랜든 반즈의 공백이 큰 외야에 관해선 “자유계약선수(FA) 영입 등으로 전력보강을 적극 검토하고 있지만, 팀 재건을 위해서 FA가 1순위가 될 수는 없다”면서 “선수 육성의 척도는 한 시즌 제대로 뛰어보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지론을 밝혔다.

정 단장은 끝으로 팀 리빌딩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 우려되는 팀 성적에 대해 “걱정이 크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수년간 팬들에게 아쉬움을 드려 죄송하다”며 “중장기 계획을 철저히 이행하는 동시에, 프로팀이라면 마땅히 꿈꿔야 하는 챔피언에 도전할 것이다. 무모한 계획 설정이 아닌 프로 구단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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