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11일(현지시간) 자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로써 미국은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멕시코에 이어 화이자 백신 접종을 허가한 여섯번째 국가가 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 FDA는 전날 자문위원회의 16세 이상에 대한 화이자 백신 긴급사용 승인 권고를 토대로 사용 허가를 최종 결정했다. FDA 승인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첫 백신이 24시간 이내에 접종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남아 있다. 실제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위해서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권고가 필요하다. CDC는 12일 자문기구인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회의를 열고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가 결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최종 승인을 내릴 예정이다.
백신 배송·배포 기간까지 감안하면 실제 접종은 다음주 초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미 행정부는 FDA 승인 후 24시간 안에 최초 290만회분의 백신 배송·배포를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CDC는 보건의료 종사자와 요양원 거주자 등을 우선 접종 대상자로 권고했으나 최종 백신 배포 지침은 각 주(州) 정부가 결정한다.
앞서 백악관이 FDA의 조속한 화이자 백신 승인을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마크 메도스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스티븐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과의 통화에서 11일 안에 화이자 백신을 승인하지 않으면 사표를 쓰라고 말했는 내용이다. 트럼프가 퇴임 전에 가능한 많은 백신을 서둘러서 꺼내고 싶어 해 승인 절차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는 게 CNN방송의 분석이다. 결국 12일 오전 예정됐던 승인 일정이 11일 늦은 시각으로 옮겨지는 데 이 통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설도 제기된다.
코로나19로 29만명 이상이 숨진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백신이 절실한 상황이다. 통제 불능인 코로나19 사태를 막아 설 최후의 보루가 백신이기 때문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95%의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WP는 계획대로 백신이 제때 공급 가능한지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긴급사용은 비상사태에 따라 특별 허가라 장기적으로 화이자는 FDA의 정신 승인을 받기 위한 신청 절차를 추가로 밟아야 한다. 화이자는 내년 3월까지 백신을 1억회분 공급하기로 미국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