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새해까지?... 여야 잇따른 '막말'에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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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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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법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국민의힘 초선들의 참여로 장기화 국면으로 전환됐다. 경우에 따라 임시국회가 끝나는 새해 벽두까지 필리버스터 정국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다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언대에 선 의원들의 문제성 발언도 속출해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조기에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필리버스터는 11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전원 참여"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초선 58명은 오늘부터 전원 철야 필리버스터에 돌입한다”며 “저희의 처절함과 진정성이 국민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와 닿기를 간절히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당초 예상과 달리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조항을 검토하지 않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국민의힘 초선들 사이에서는 전날 민주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필리버스터를 오래 끌지 못할 것이라는 민주당 생각에 맞불을 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의 직후 검사 시절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을 맡아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실무를 담당했던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첫 주자로 발언대에 섰다. 검찰개혁 이면에 있는 여권의 민낯을 겨냥한 김 의원은 “수사권 조정안을 두고 논의할 때 정책단 직원이 홍익표 민주당 의원을 찾아가 '형사사법제도를 이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면 그 다음 날 바로 경고가 날아왔다"면서 "심지어 여당 의원을 찾아갔다는 이유만으로 대검 기조부장이 모 의원실에 끌려가 한 시간 동안 고함을 듣고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발언 도중 "성폭력 범죄라는 건 충동에 의해 이뤄지고, 그 충동의 대부분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김 의원 인식 수준이 참으로 저급하다. 대국민 사죄하고 의원직을 사퇴하고"고 촉구했다.

앞서 이날 오전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법조기자단을 해체했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았다. 기자츨신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언론 자유에 대못질한 대 대해 공식 사과하라"고 몰아붙였다.

필리버스터가 장기화될 경우 주목과 관심이 분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 토론 주제도 민생과 경제 등 국민들이 관심을 가질 내용까지 두루 다루겠다는 게 국민의힘 초선들의 계획이다. 실제 지난 7월 ‘임대차3법 5분 자유 발언’으로 호평을 받았던 윤희숙 의원도 이날 발언자로 나섰다. 윤 의원은 “부동산 정책부터 시작해 문재인 정부가 너무나 입법과 정책 만드는 것을 가볍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적어도 이곳 국회에서 발의된, 국민생활에 굉장히 큰 영향을 주는 법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서로 토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 전원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서, 민주당이 갖고 있는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기록(38명ㆍ192시간25분)이 깨질지도 관심이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연말이나, 임시국회 회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가는 게 목표냐'는 질문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공수처장 추천과 개각 인사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필리버스터가 무작정 길게 이어지긴 힘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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