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병상, 회복기 환자용? "중환자 병상 급한데 엉뚱하게 왜..."

입력
2020.12.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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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울의료원 등 150개 병상 추가
좁고 건조, 공용화장실 등 재감염 우려 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급증한 확진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서울시가 '컨테이너 병상'을 설치하고 있다. 정부는 그저 그런 컨테이너가 아니라 '모듈형 병상'이라 불렀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좁고 건조한 환경 탓에 도리어 집단감염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또 중환자 병상이 아닌 일반 병상은 아직 여유가 있는 터라 필요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중증 재감염 사례도 많아... 골든타임 놓칠 수도"

11일 서울시는 중랑구의 서울의료원 본원에 이동병상이 있는 16개의 컨테이너를 설치했다. 강남구 분원과 은평구 서북병원에도 각각 20개, 14개씩 추가로 만든다. 컨테이너 하나당 병상 3개가 들어가는 점을 감안하면 총 150개 병상이 추가되는 것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컨테이너 병상은 감염병전담병원 입원 환자 중 급성 치료를 마치고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들을 격리 해제 전까지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료원이나 보라매병원 같은 곳에서 치료를 받고 증상이 호전된 위중증, 중등 환자가 이 곳에 옮겨진 뒤 완치 후 퇴원하게 된다는 것이다. 중증 환자가 가는 감염병전담병원, 경증이나 무증상 환자가 가는 전국 23개 생활치료센터의 중간 개념인 셈이다.

컨테이너 동은 개인실 3개와 복도로 구성된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외부에 설치된다. 정부의 방역 매뉴얼은 '병실 면적 15㎡ 이상', '병동 출입문 폭은 최소 1.2m’라 규정해뒀다. 박유미 국장은 "매뉴얼에 맞춰 만들어질 것이고, 환자 셋이 들어가는 공간인 만큼 세밀한 감염 방지 지침에 따라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감염 위험을 우려했다. 좁고 건조한 환경, 공용 화장실 사용 등을 감안하면 완치된 환자가 여기서 다시 감염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증환자의 경우 상태가 나아졌다가 갑자기 중증으로 재발하거나, 갑자기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심폐소생술에 들어가는 사례도 있다"며 "좁은 공간이라 기계 설치가 어렵고 숙련된 의료진이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운 구조라 '골든타임'을 놓치는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중환자 병상 부족한데 엉뚱한 대책 내놔"

컨테이너 병상 설치를 두고 '엉뚱한 대책'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날 0시 기준 서울시의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은 총 62개 가운데 3개만 비어 있다. 반면 전날 기준 서울시 감염병전담병원 병상가동률은 85.7%이고, 생활치료센터는 1,937병상 중 423개가 사용 가능한 상태였다. 증상이 안정적이거나 가벼운 감염자들을 격리해둘 공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셈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금 필요한 건 위중증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산소 공급 등의 장비가 다 갖춰진 병상"이라며 "컨테이너 병상에서 하는 진료는 기존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할 수 있는 수준"이라 지적했다.

미국, 이탈리아 등 코로나 환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일부 국가들의 경우 병상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컨테이너 병상을 만들어 쓰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사정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영수 국립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영국 등 다른 나라들도 일단 급하니까 만들어놓긴 했는데, 실제 큰 효과를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 우리나라의 일반 병상의 경우, 공간이 부족하다기보다 감염자를 돌볼 인력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는 경우는 전기 발전기, 산소공급기, 물 등을 독립적으로 쓸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컨테이터 중환자 병동 정도다.

유환구 기자
박민식 기자
김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