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약 '전속고발권 폐지' 뒤집기...靑 김상조도 동의했다

입력
2020.1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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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경제 3법'(공정거래법ㆍ상법ㆍ금융그룹감독법)을 사실상 단독 처리한 후폭풍이 거세다. 재계는 “의견을 수렴해 심도 있게 논의한다고 하더니 단독으로 졸속 처리했다”고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이 막판에 빠진 것을 두고 “개혁 후퇴”라는 비판과 함께, 법을 다시 개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재선 의원은 “(이럴거면) 왜 우리가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단독 처리를 해야 했느냐”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왜 이런 선택을 한 걸까.


‘합의 처리’라더니 경제3법 돌연 강행, 왜?

당초 민주당은 '‘경제 3법'은 야당과 합의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664만개에 달하는 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4일 민주당 소속 국회 상임위 간사단 비공개 전략회의에서 김태년 원내대표가 ‘(공정거래법과 금융그룹감독법을 다루는) 정무위에서 입법 속도가 더디다’고 채근하자, 정무위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경제계, 학계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합의 처리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 정책을 총괄하는 정책위원회도 ‘야당이 반대하는 상법을 제외한 나머지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은 합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들어 민주당의 기류가 ‘강행 처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발언이 중요한 기폭제가 됐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비공개 비대위 회의에서 경제 3법의 적극적 입법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관 상임위에서 경제 3법에 대한 여야 논의가 거의 없었던 시점에 ‘불쑥’ 나온 발언이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10일 “국민의힘 경제 3법 반대파에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게 아니라, 김 위원장이 우리 당을 향해 ‘합의 처리는 어려우니 밀고 가라’는 신호를 준 것으로 해석했고, 그럴 정황이 있었다”며 “9일 본회의서 경제 3법을 표결할 때 김종인계 의원 다수가 기권했고,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차원에선 개혁 입법으로 위기 국면을 돌파해야 한다는 이낙연 대표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이달 2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인 28.9%였다. 호남, 여성, 30~40대 등 핵심 지지층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에 민주당은 개혁 입법을 하루 빨리 완수해 ‘집토끼’를 지켜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실제 이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격리를 마치고 복귀한 이달 3일 ‘미래입법과제 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를 열고 경제 3법 속도전을 주문했다. 여권 관계자는 “합의 처리냐, 단독 처리냐의 갈림길에서 이 대표가 교통 정리를 했다”며 “내년 서울ㆍ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이번 정기국회가 개혁 입법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대선 공약 뒤집고 ‘전속고발권 유지’… 靑 김상조도 ‘동의’

민주당은 경제 3법을 처리하며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을 제외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반대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실제 당ㆍ정ㆍ청은 ‘전속고발권 현행 유지’에 크게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최근 민주당 경제3법 태스크포스(TF)와 김태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전속고발권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청와대에 입장을 물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공정거래법의 다른 조항이 원안 그대로 통과된다면, 전속고발권 폐지는 빠져도 괜찮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전속고발권 폐지 철회의 후폭풍은 계속됐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10일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재추진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연구원장도 “검찰개혁과 함께 전속고발권 폐지가 논의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9일 본회의 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철회를 성토하는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져서 당 지도부가 법안 ‘부결’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박준석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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