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교훈 "동물을 입지 말라"

입력
2020.12.12 04:30
13면


덴마크의 세계 최대 모피 경매장, '코펜하겐 모피 (Kopenhagen Fur)'가 폐업 직전이다. 세계 최대 모피 생산국이었던 덴마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면서, 대규모 밍크 살처분이 계속되고 있다.

무려 200여곳의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됐고 12명의 밍크 농장 노동자들이 감염됐다. 덴마크 정부는 자국 내 사육 중인 1,700만마리의 밍크에 대해 모두 살처분 명령했다. 농장주들 반발로 취소됐지만, 이미 살처분된 밍크가 1,000만 마리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온다.

스페인, 프랑스, 네덜란드에서도 밍크의 코로나 감염이 확인됐고, 수십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그리스의 밍크 번식업자도, 스웨덴의 밍크 농장 노동자들도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밍크와 사람 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밍크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변종을 '클러스터5'로 명명했다. 클러스터5는 유럽뿐 아니라 미국 유타·위스콘신·오리건주 등에서도 확인된다. 모피 생산을 위해 밍크를 집단사육하는 농장들이 많은 지역들이다.

가엾은 밍크들에게 죄가 있을 리 없다. 감금된 밍크들이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는 없는 일이고, 결국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사람이다. 밍크, 라쿤, 여우, 친칠라 등은 모피를 위해 극히 비좁은 철제 우리 안에서 사육된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우리 안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니 철창을 물어뜯다 상처를 입거나 동료를 잡아먹는 카니발리즘까지 일어난다. 배설물, 피, 타액으로 오염된 시설에서 수천, 수만 마리 동물들이 집단사육되고 도살되는 모피 농장이 감염병 확산 경로가 되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모피 농장에서는 코로나19 말고도 세균성 감염병인 야토병, E형 간염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모두 사람과 동물 간의 전이가 가능한 인수공통 감염병이다. 핸드백, 지갑을 위해 악어를 집단 사육하는 악어 농장에는 살모넬라균,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병원성 대장균 등 인수공통 감염 병원체가 있다.

상황이 이렇기에 네덜란드는 2024년까지, 프랑스도 2025년까지 밍크 농장들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덴마크도 내년 말부터 밍크 사육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감염병의 위험성뿐 아니라 잔혹한 사육 실태가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동물의 가죽, 털을 입지 않는 비건 패션이 세계적으로 크게 부상하고 있다. 살아있는 오리와 거위의 깃털을 뽑아 만든 오리털, 구스다운 재킷이 아니더라도 웰론, 티볼 등 신소재로 만든 재킷들이 충분히 따뜻하며 스타일리쉬하기 때문에, 굳이 동물의 가죽과 털을 빼앗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신소재 재킷은 가격도 오리털, 거위털 재킷에 비해 저렴하고 물세탁이 가능하기에 관리도 쉽고 경제적이다.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피타고라스가 이끌던 철인학교는 '동물을 먹지 말 것' '동물을 입지 말 것'을 입학 규정으로 내걸고 있었다. 피타고라스는 인간과 동물 모두 영혼을 갖고 있으며 죽으면 다른 사람이나 동물의 몸으로 환생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음 생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인간은 지금 현세에서 비인간 동물을 착취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동물에 대한 착취를 멈춰라!" 코로나19는 이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우리에게 와 있다.


황윤(영화감독, '사랑할까 먹을까' 저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