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과 '-든'의 구별

입력
2020.12.1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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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국어생활종합상담실로 들어온 맞춤법 관련 질문 중에는 ‘-던’과 ‘-든’에 대한 질문이 최근 5년 내 10위 안에 들 정도로 빈도가 높았다. ‘ㅓ’, ‘ㅡ’ 발음 혼란이 ‘-던’과 ‘-든’ 표기 혼동의 일부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둘의 문법 기능을 살펴보자.

‘-던’은 “깨끗했던 계곡물/ 곱던 얼굴”처럼 과거의 어떤 상태를 회상하여 나타내거나, “먹던 사과를 버렸다./ 하던 일을 멈췄다”처럼 어떤 일이 과거에 완료되지 않고 중단되었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쓰인다.

이에 비하여, ‘-든’은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해라/ 집에 가든 학교에 가든 해라”처럼 나열된 대상 중 ‘무엇이든 선택될 수 있음’을 나타내거나, “싫든 좋든 간에 가는 수밖에 없다/ 비가 오든 안 오든 갈 것이다”처럼 ‘무엇이 일어나도 상관없음’을 나타낼 때 쓰인다. 후자의 경우에는 ‘간에’나 ‘상관없이’가 흔히 결합하기도 한다.

‘-던’은 앞말이 뒷말의 관형어가 되게 하지만(예: 먹던 밥), ‘-든’은 앞말이 뒷말의 부사어가 되게 한다(예: 먹든 말든 해라). 그리고 ‘무엇이든 선택될 수 있음’이나 ‘상관없음’을 나타내는 ‘-든’은 흔히 ‘-든 –든’, ‘-든지 –든지’, ‘-든가 –든가’로 쓰이며, ‘누구를 만나든’, ‘무엇을 하든’ 등과 같이 의문사를 쓰면 ‘-든 –든’처럼 동일한 어미를 두 번 쓰지 않아도 된다.

‘-던’은 ‘과거 회상이나 중단’의 문맥에 쓰이고, ‘-든’은 ‘상관없음’을 나타내는 문맥에 쓰이고 ‘-든지’로 대체 가능함을 기억하면, ‘-던’과 ‘-든’을 쉽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김문오 국립국어원 어문연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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