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크루즈 유람선 운항을 재개했다. 지난 1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크루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 ‘떠다니는 배양접시’로 불리며 감염의 온상으로 지탄받았다. 코로나19 극복의 자신감을 과시하고 중국 내 관광수요를 확충하면서 남중국해의 장악력을 강화하려는 다중 포석으로 풀이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0일 “크루즈선 난하이드림호가 전날 남중국해 시사군도로 출항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진행한 12월 탑승 예약이 전량 매진될 정도로 관광객이 몰렸다. 1인당 가격은 4,880~2만6,800위안(약 81만~446만원)으로 책정했다. 일단 정원의 50%를 태우고 운항한 뒤 2주 동안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70%까지 탑승객을 늘릴 방침이다.
항공기는 실내 공기가 위아래로 빠르게 순환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환기에 비교적 적합하다. 반면 배는 공기의 흐름이 정체돼 있어 전염병 감염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중국이 크루즈 운항에 나선 것은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2월 일본 요코하마항에서 승객과 직원 3,711명을 태우고 출항한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부두에서 장기간 격리된 뒤 712건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해 논란이 일었다.
특히 크루즈는 중국 경기회복의 상징이자 코로나 이후 글로벌 관광산업을 주도하는 견인차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배는 항공기에 비해 탑승인원이 훨씬 많아 관광수요를 확충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기간(1~8일) 중국 내 관광수입은 4,500억위안(약 76조8,000억원)에 달해 그간 코로나에 억눌린 잠재수요의 폭발력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크루즈가 오가는 남중국해 시사군도는 중국과 베트남의 영유권 분쟁이 한창인 곳이다. 미국은 근처에 주기적으로 함정을 보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수행하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따라서 크루즈 운항은 중국의 남중국해 장악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왕젠민(王建民)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국내 해양관광에 대한 중국 고객들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