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배현진 여당 거센 반발에 "많이 아픈가 보다"

입력
2020.12.10 07:30
8일 "문재인 정권, 귀태" 발언 두고 여권 비판 쏟아내 
배 의원, 7년 전 홍익표 의원 "귀태 박정희" 발언 보도 
정태옥의 지난해 "공수처는 귀태" 발언도 다시 주목

문재인 정권을 '귀태(鬼胎·귀신의 태아, 의역하면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람)' 정권으로 비판한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9일 더불어민주당의 사퇴 요구에 "많이 아픈가 보다"라고 반박했다.

전날 자신의 "귀태" 발언이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하루 종일 논란이 되면서 이날 7년 전 배 의원이 MBC 아나운서 시절에 '귀태 발언 파문 정국 강타'라는 리포트를 소개한 사실도 또 한번 재조명되고 있다.

배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깊이 곪고 썩은 부분일수록 약이 닿으면 불이 붙은 듯 화닥화닥 아프기 마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배 의원은 "무참하게 민생과 법치 등 대한민국 근간 온군데를 파괴 중인 이 정권이 국민의 노기어린 외침과 절박한 호소에 완전히 무감해진 줄 알았다"며 "그나마라도 느끼니 다행"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은 이제라도 국민을 보고 정도(正道)로 돌아오시라"며 "더 썩으면 잘려나갈 길 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민주당 "배 의원과 국민의힘 '격'이 딱 그 정도" 반발

앞서 배 의원은 전날 SNS에 "지금 이 순간 온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민을 현혹해 제 배만 불리우는 이 혁명세력은 정권으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배 의원의 발언을 두고 SNS를 통해 "'귀태 정권이 헌정사를 뒤엎는다'는 표현은 탄핵에 나섰던 국민의 외침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박근혜 탄핵이 억울하다는 뜻이니, 국민의힘이 아니라 박근혜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SNS에 "한쪽에서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막말로 다시 더럽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배 의원과 그가 몸담은 국민의힘 '격'이 딱 그 정도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고 비판했다.

7년 전 홍익표, 박근혜 향한 '귀태' 발언으로 원내대변인 사퇴도

일부에서는 2013년 7월 홍익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 논란을 다시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홍 대변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인용하며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통령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이라고 발언한 것이다.


이에 당시 청와대까지 나서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펄쩍 뛰었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폭언"이라고 거세게 반반발하며 모든 국회 일정 참여를 거부했다. '귀태'라는 두 글자가 정국을 얼어붙게 만들어 버렸던 것. 홍 대변인은 결국 상황 수습 차원에서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공교롭게 7년이 지나 또 다시 "귀태"를 꺼낸 배 대변인은 당시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홍 원내대변인 발언과 관련해 "귀태 발언 파문 정국 강타"라는 리포트를 소개했다. 이날 온라인에는 배 의원의 과거 방송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퍼졌다.


한편 '귀태'란 단어는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때에도 등장했다. 당시 정태옥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의원은 "공수처가 생기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구속 1호가 될 것"이라며 "공수처가 바로 귀태다. 귀신이 살아 태어나는 게 공수처, 태어나지 말아야 할 조직이 바로 공수처"라고 비판했다.

손성원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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