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의 방역·경제 균형 실험?... '외국 관광객은 통행금지 예외'

입력
2020.12.10 09:00
12월 봉쇄 조치 강화에도 외국 여행자는 예외 적용
6월 관광객 입국 제한 완화...9월까지 1190만명 입국
현지인 "경제 도움 좋지만 코로나19 재확산 걱정"

터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주말 전면 봉쇄 등 추가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인 가운데 텅 빈 최대 도시 이스탄불의 도심을 외국 관광객이 활보하고 있다.

터키는 신규 코로나19 확진자가 3만명을 넘어선 이달 초 금요일 오후 9시부터 월요일 오전 5시까지 모든 시민의 외출을 금지하고 있다. 터키 현지인들은 이 지침에서 제외되는 외국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생기는 관광 수입은 환영하면서도 이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의 불씨가 될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터키의 엄격한 주말 봉쇄 조치가 외국 관광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썰렁한 주말 이스탄불 도심을 관광객이 독차지했다"고 전했다. 터키 정부는 주말 통행 금지를 어길 경우 3,150리라(약 44만원)의 벌금을 부과하지만 필수 업종 노동자와 외국인 관광객은 예외로 하고 있다.

앞서 터키는 6월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풀어 90일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모든 해외 입국자의 14일 의무 자가격리 조치도 없애 공항에서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체온 측정만 마치면 입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이스탄불의 톱카피·돌마바체 궁전 등 대부분의 관광지가 문을 열었고, 호텔 레스토랑도 외국인 관광객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이 시기 이스탄불 방문객 중에는 코로나19 확진 상황이 심각한 미국과 영국 관광객도 포함됐다.

이스탄불에서 미국인 남자 친구와 재회했다는 영국인 음악가 에린 록하트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지침이 계속 바뀌는 상황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한 곳을 독점적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온 아나 니콜라스는 "1년 넘게 집에만 있기에는 인생은 너무 짧다"라며 "에너지와 문화가 있는 새로운 곳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나 스페인 정부는 10월 말 국가 비상 사태를 선포하면서 내년 5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출신 마크 에후는 "북적이는 사람들 없이 전시회를 보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라며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았고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광객에게 코로나 퍼뜨려도 좋다는 허가증 주는 것"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여행매체 트래블 오프패스는 "터키 정부는 관광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려는 것 같다"며 "터키 관광 업계는 코로나19로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터키 문화관광부는 숙박업소 등 엄격한 보건 위생 요건을 지키는 안심 기관 5,000곳을 인증해 이들을 안내하는 내용을 담은 책을 발행했다.

터키 정부는 올해 관광객 규모가 70% 축소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올해 터키를 찾은 해외 입국객은 9월 기준 이미 1,190만명에 이른다. 터키 당국은 내년에는 관광객 3,000만~3,1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모습을 터키 현지인들이 모두 반기는 것은 아니다. 경기 활성화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코로나19 확산이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터키 정부의 최근 추가 봉쇄 조치로 레스토랑 서빙 업무를 그만 둔 툴린 폴랏은 "여행객이 터키를 찾는 것은 기쁘지만 병원이 입원 환자로 꽉 차고 사람들이 죽는 상황에서 이런 모험은 적절하지 않다"며 "터키인에게는 집에 머물라면서 외국 관광객의 여행을 허락하는 것은 그들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려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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