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유증, '킹슬라'엔 '껌값' 아닌가?" 악재 모르는 '킹슬라' 주가

입력
2020.12.09 12:20
5조4000억원대 신주발행 계획
8일 주가는 1% 대 상승 마감
투자자들 9월 학습효과 때문?


"5조원이라, '킹슬라'한테는 '껌값' 아닌가요?"

8일(현지시간) 미국의 전기차기업 테슬라가 50억달러(약 5조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소식을 전하자, 주식 정보가 오가는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런 글들이 올라왔다.

통상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는 유상증자에도 테슬라 주가는 끄떡없이 '우상향' 할 것이란 투자자들의 확신이 묻어난 의견들이다. 실제로 이날 테슬라는 1.27% 상승 마감했다. 불과 석 달 전 같은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에 주가가 5% 가까이 빠진 것과 달라진 결과다.

악재 뛰어넘는 테슬라... 700달러 눈앞

이날 테슬라는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649.8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출발은 안 좋았다. 개장 전 테슬라가 지난 9월에 이어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주가는 장 초반 618.50달러까지 떨어지며 주주들의 애를 태웠다.

하지만 하락도 잠시, 이날 유상증자를 두고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자 그래프는 다시 상향곡선을 그렸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 등은 "이런 식의 자금조달은 테슬라 성장전략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과 독일 공장에서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재무상태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상증자란 기업이 신주를 발행해서 원하는 시기에 시장에 파는 것을 말한다. 각종 설비투자나 연구개발 등을 위해 기업이 보통 주가 상승기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이다. 기존 주주들에겐 보유주식의 가치를 희석시킬 악재로 인식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이번과 같은 50억달러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섰던 지난 9월 초 테슬라 주가는 하루 새 5% 가까이 급락했다.


같은 유상증자에 9월엔 급락, 12월엔 상승...왜?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 자리 잡은 '학습효과'가 이날 테슬라 주가를 밀어 올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9월 유상증자 발표 이후 S&P500지수 편입 실패, 배터리데이 실망감 등 잇단 악재에 시달린 테슬라 주가는 한 달 새 주가가 24%나 급락하며 같은 달 23일 380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 S&P500 편입 성공 등을 발판 삼아 주가가 재차 치솟은 결과 테슬라 주가는 11월 이후에만 67.4%나 상승했다. 올해 들어 주가 상승률은 677%에 달한다. 연초 테슬라 주식을 1억원어치만 샀어도 지금쯤 8억원 가까운 돈을 계좌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현재 테슬라 몸집에 비해 50억달러의 유상증자 규모는 '소액'에 불과하다.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이날 종가 기준 약 6,160억달러) 대비 50억달러는 1%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테슬라에 베팅한 끊임없는 유동성과 비교하면 이번 증자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 상승과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감안하면 증자계획은 당연한 결과"라며 "테슬라 주가 상승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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