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쾌한 드라이빙, 그리고 오픈에어링의 매력을 누릴 수 있는 컴팩트 로드스터는 브랜드를 떠나 그 존재만으로도 누군가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또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차량이다. 하지만 로드스터의 특성 상 공간 효율성이 떨어지고 판매량 자체가 저조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브랜드의 용기가 필요한 차량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동안 로드스터의 계보를 이어오는 ‘마쯔다 MX-5(로드스터/미아타)’의 명성과 평가는 높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자동차 브랜드의 대표 주자인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그러한 행보를 이어왔다.
바로 메르세데스-벤츠 SLK-클래스(이하 SLK), 그리고 SLK를 잇는 SLC-클래스(이하 SLC)가 그 주인공이다.
1996 – 2004 / 스포티하고, 가볍고, 작은 존재 ‘초대 SLK’
메르세데스-벤츠 SLK의 초대 모델은 바로 1996년 등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스포티하고 가볍고, 작은 존재(Sportlich / Leicht / Kurz)’라는 의미를 부여하며 SLK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SLK는 앞서 등장했던 SLK 1 컨셉과 SLK 2 컨셉의 디자인을 발전시켜 그 완성형 디자인을 완성했다.
초대 SLK는 W202 C-클래스와 같은 차체를 공유해 3,995mm의 짧은 전장을 갖췄으며 전폭과 전고는 각각 1,715mm와 1,289mm로 비교적 좁고 낮아, 경쾌함을 강조한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휠베이스 역시 2,400mm에 불과해 기민한 움직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깔끔하고 간결한 실루엣이 돋보였으며 실내 공간에서는 컴팩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감성을 제시할 수 있도록 듀얼 존 에어컨 시스템과 전동 시트 등의 편의 사양 등이 상당수 적용되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모습이었다.
트림 구성에 경우에는 2.0L 가솔린 엔진을 쓴 SLK 200이 엔트리 사양을 담당했으며 과금기를 더한 SLK 200K, SLK 230K 등이 추가되어 작고 가벼운 차체와의 합을 이뤄내 우수한 주행 성능을 자랑했다.
이와 함께 V6 사양으로 마련된 SLK 320dl 215마력을 제시하며 스포티한 주행 감성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AMG가 다듬은 SLK 32 AMG가 350마력의 V6 3.2L 과급 엔진을 앞세워 주행 성능에 대한 갈증과 강인한 존재감을 제시했다. 참고로 SLK 32 AMG는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아주 짧게 판매되었다.
초대 SLK는 글로벌 시장에서 총 31만여 대가 판매되어 프리미엄 컴팩트 로드스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았다.
2004 – 2010 / 프리미엄 스포츠의 가치를 더한 2세대 SLK
2004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2세대 SLK는 초대 SLK가 제시했던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이어가며 더욱 세련되고 대담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기존 모델 대비 한층 거진 4,082mm의 전장을 앞세웠으며 전폭과 전고, 그리고 휠베이스는 각각 1,788mm와 1,311mm 그리고 2,431mm로 초대 모델 대비 길고 커졌지만, 여전히 컴팩트하고 날렵한 실루엣, 그리고 가벼운 무게를 자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맥라렌이 협업하여 개발한 SLR-맥라렌과의 유사성이 돋보이는 디자인을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게다가 시각적인 요소 외에도 새로운 파워트레인과 7단 변속기의 빠른 적용, 그리고 강체 강성의 강화를 비롯한 여러 기술의 개선을 통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 올린 것이 2세대 SLK라 할 수 있다.
실제 2세대 SLK는 데뷔 이후 호평을 받으며 2005년 카 앤 드라이버가 선정한 10대 베스트 차량에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는 컨버터블 차량 부분 ‘올해의 차’에도 선정되는 쾌거를 누렸다. 이와 함께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며 2008년에 ‘SLK 글로벌 누적 판매 50만대’의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2세대 SLK는 1.8L로 배기량을 낮췄지만 성능을 163마력(후기형 184마력)으로 개선한 SLK 200K를 엔트리 사양으로 마련했으며 228마력의 SLK 280 및 SLK 300이 파워트레인 구성을 두툼하게 채워냈다. 이와 함께 V6 모델이자 높은 밸런스를 자랑했던 SLK 350 등이 데뷔하며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편 고성능 디비전에서는 360마력과 최고 출력을 400마력까지 끌어 올린 SLK 55 AMG와 SLK 55 AMG 블랙 시리즈가 데뷔하며 고성능 로드스터 시장에서의 확실한 입지, 그리고 존재감을 갖추게 되어 AMG 마니아의 이목을 끌었다.
2011 – 2019 / SLK의 마지막, 그리고 SLC로의 변화 ‘3세대 SLK’
201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데뷔하고 같은 해부터 판매를 시작한 데뷔한 3세대 SLK는 역사 상 마지막 SLK이자, SLC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존재가 되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량의 크기가 조금 더 커지고, 또 전폭이 1,816mm로 대거 늘어났지만, 휠베이스는 2,431를 유지하며 경쾌한 움직임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디자인에 있어서는 SLS 스털링 모스를 디자인했던 한국인 디자이너 ‘윤일훈’ 디자이너가 주도했고, 볼륨가이 돋보이는 프론트 엔드와 날렵한 실루엣, 그리고 스포티하게 다듬어진 후면 디자인을 통해 SLK의 매력을 한층 강화했다.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기준에 맞춰 실내 공간은 최신 메르세데스-벤츠의 디자인 및 소재 역량을 고스란히 반영하였으며 듀얼 클러스터와 십자로 그려진 독특한 에어밴트, 그리고 다양한 편의 및 안전사양이 추가되어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였다.
파워트레인에서는 엄격해진 시장의 흐름에 따라 성능과 효율, 그리고 환경요소를 고려한 엔진들이 탑재되었고, 엔트리 사양인 SLK 200 블루부터 SLK 350 블루까지 184마력에서 306마력에 이르는 폭넓은 성능 범위를 갖췄다. 이와 함께 디젤 사양인 SLK 250 CDi가 2012년부터 등장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도 했다.
AMG 사양에서는 2세대 SLK에서 제시되었던 55 AMG의 뱃지를 이어 받은 421마력의 V8 5.5L 엔진을 품고 7단 AMG 스피드시프트 플러스를 장착해 뛰어난 주행 가속 성능과 280km/h의 높은 최고 속도, 그리고 탁월한 운동성능을 바탕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SLK는 2015년 12월, 메르세데스-벤츠의 새로운 발표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바로 SLK의 부분 변경 모델을 개발하며 메르세데스-벤츠의 포트폴리오 정리 작업을 통해 SLK에게 SLC라는 이름이 부여된 것이다.
SLC로 이름을 바꾸게 된 SLK는 전체적인 구성은 동일하지만 더욱 곡선을 강조하고 디테일과 소재의 매력을 강조했으며 파워트레인의 대대적인 개선을 통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였다.
SLC는 156마력의 1.6L 터보 엔진을 탑재한 SLC 180을 시작으로 184마력의 SLC 200, 245마력의 SLC 300으로 기본 라인업을 구성했으며 디젤 사양인 SLC 250d도 곧바로 출시했다. 이와 함께 다단화의 트렌드에 맞춰 9G-트로닉을 대대적으로 적용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AMG 사양에서도 변화가 더해졌다. 바로 55 AMG가 사라지고 3567마력을 내는 V6 바이터보 사양인 SLC 43 AMG가 등장한 것이다. SLC 43 AMG은 최신의 엔진을 사용했지만 가속력, 최고속도에서 다소 후퇴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