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귀태 대통령'... 배현진의 文정부 표현 논란

입력
2020.12.09 07:40


귀태(鬼胎) : 귀신의 아이. 태어나지 않아야 할 아이를 가리키는 말.

이 섬뜩하고 험한 단어가 오랜 만에 다시 정치판에서 불거졌다. 7년 전에는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에서, 이번엔 국민의힘에서다.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8일 페이스북에서 “지금 이 순간 온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민을 현혹해 제 배만 불리우는 이 혁명세력은 정권으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날을 세웠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ㆍ박근혜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이에 반대하며 내놓은 주장이다. 정작 비난해야 할 문재인 정부는 놔두고 왜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허물을 들추냐는 주장이었다. 배 의원은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눈물을 뿌리며 가장 먼저 사과해 주셔야 할 일은 잘못된 역사를 여는데 봉역하셨다는 것 바로 그것”이라고 직격했다. 김 위원장이 2016년 1월부터 약 7개월간 더불어민주당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 출범에 기여한 사실을 겨냥한 것이다.

배 의원의 말 폭탄에 민주당은 격앙됐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귀태 정권이 헌정사를 뒤엎는다’는 표현은 탄핵에 나섰던 국민의 외침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결국 박근혜 탄핵이 억울하다는 뜻이니, 국민의힘이 아니라 박근혜힘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쏘아 붙였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한쪽에서 (김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막말로 다시 더럽히고 있다”고 가세했고, 배 의원와 같은 아나운서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배 의원과 그가 몸담은 국민의힘 ‘격’이 딱 그 정도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한다”고 지적했다.


‘귀태’ 표현을 정치판에 먼저 끌어들인 이는 민주당이었다. 2013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던 홍익표 의원은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에 비유해 상대당의 거센 반발을 샀다. 홍 의원은 그해 7월 11일 국회 브리핑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인용하며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고 말했다. 이에 당시 집권당인 새누리당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정도의 폭언”이라며 강하게 반발, 홍 의원은 논란 끝에 원내대변인직을 내려놨다.


이성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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