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대학 구내식당. 2학년 여학생 탕(唐)모씨는 누군가 자신의 엉덩이를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뒤돌아보니 1학년 남학생이 서 있었다. 봉변을 당했다고 생각한 탕씨는 다짜고짜 그의 신분증을 확인했다. 그리고는 “사회적으로 매장시켜야 한다”며 인터넷에 자신이 당한 일을 올렸다. 남학생은 결백을 주장했지만 분을 삭이지 못한 탕씨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중국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칭화대에서 지난달 벌어진 일이다.
다음날 상황이 반전됐다. 대학 교수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탕씨의 엉덩이를 스친 건 남학생의 가방이었다. 하지만 탕씨는 남학생을 찾아가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통해 건성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는데 그쳤다.
특히 탕씨가 남학생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자 여론이 격분했다. 탕씨는 후배에게 훈계하듯 “이번 일은 터무니없이 날조된 것이 아니니까 앞으로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면서 “우리가 서로 사과하면 이번 일은 마무리된 것”이라고 적었다. 적반하장이었다.
이에 네티즌은 탕씨의 이름과 사진, 가족관계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속속들이 까발렸다. 심지어 탕씨의 대학 학점이 남학생과 비교해 형편없다면서 “학교의 수치”라고 험담을 쏟아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관련 조회수가 며칠 만에 13억회를 웃돌았다. 탕씨는 결국 다시 격을 갖춰 긴 분량의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사회에서 성폭력을 바라보는 양측의 대조적인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쪽에서는 탕씨의 오만함에 분개하며 “과도한 페미니즘에 사로잡혀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초지종을 확인하기도 전에 오히려 남성들이 마녀사냥식으로 가해자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치욕을 감수하는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여성계에서는 “일상생활에서 여성은 약자로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며 “용기 있게 맞서는 다른 여성들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탕씨의 조급함은 잘못이지만 자신을 지키려는 강한 자의식만큼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중국은 뒤늦게 직장 내 성희롱 예방과 대응조치를 의무화한 민법규정을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2018년 100개 기업 조사결과 81%는 사내에 관련 규정이 아예 없었고, 12%는 성희롱 방지대책을 문서로 만들었지만 시행하지 않아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새로운 민법에서도 성희롱 당사자와 달리 고용주에게는 여성권익 보호 의무만 부과할 뿐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