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는 다국적제약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존슨앤드존슨, 미국 바이오기업 모더나 등 4개 제조사로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가져온다고 밝혔다. 그런데 묘한 차이가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스트라제네카에 대해서는 '선구매 계약 체결'이라 했지만, 나머지 백신에 대해서는 "구속력 있는 구매약관 등을 체결"했다고 표현했다.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여기서 '구속력 있다'라는 표현은 법적 효력을 뜻한다. 백신 공급에 관한 약속을 어길 경우 상대방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의미다. 계약이 체결됐다고 표현된 아스트라제네카는 물량과 가격 등 공급 조건에 대한 모든 협상이 완료되고 구속력 있는 계약서까지 작성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화이자, 존슨앤드존슨과는 '구매 약정'을, 모더나와는 '공급 확약'을 맺었다고 했다. 이는 아스트라제네카처럼 완전한 계약서를 쓰진 못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국내의 한 백신 제조사 관계자는 “백신 업계 관례상 계약, 구매약정, 공급확약 같은 표현보다는 양측 합의 내용을 담은 문서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문구, 가령 레걸리 바인딩(legally binding) 같은 문구가 들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정부가 '구속력 있는 구매약관'이란 말을 쓴 것은 그런 문구가 들어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속력 있다고 해서 공급 조건에 대한 모든 합의가 종료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순 표현만으로 따져봐도 '구매약정'이 계약서만 안 썼을 뿐 계약이 성사됐다는 의미라면, '공급확약'은 그보다 한 단계 더 떨어져보이는 문구다. 이 때문에 모더나와 맺은 공급확약의 경우 백신 공급 물량에 대해서만 합의했을 뿐, 가격 등 다른 여러 조건은 여전히 협상 중일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도 “가장 중요한 물량 부분을 확약했고 대외적으로 발표하기로 서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세가 심상치 않고, 제조사들의 백신 공급량은 한정되어 있는 만큼 백신의 적기 공급을 위해서는 최종 계약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