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안과 시력 - 잘 보인다고 좋아진 것은 아니다

입력
2020.12.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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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완전히 성장한 이후, 즉 어른이 된 후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몸의 정상적인 쇠퇴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노화라고 한다. 노화의 원인이나 과정에 대하여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 아직 이론도 많고, 연구해야 할 것도 많지만, 노화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변화 중에는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있고, 성인병이나 암과 같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대처하는 것들도 있다. 몸이 쇠퇴하는 것은 병리적인 변화지만 그러한 변화가 예를 들어 머리가 희어지는 것처럼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정상이고 암과 같이 기대하지 않는 것이라면 병이라고 한다. 그러니 노화라는 것만 가지고 문제가 된다고 할 수는 없다.

노화라는 과정은 결국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최근 많은 연구자들은 노화의 과정을 늦추거나 정지시키려는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심지어 영화에서는 노화를 정지시키는 데서 더 나아가 오히려 더 젊어지게 하는 경우도 있다. 2019년 리즈 패리시라는 분이 텔로미어를 연장시키고 근육파괴를 방지하는 유전자치료를 받으면서 한 10년 정도 젊어졌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항노화치료가 관심을 끈 바 있다. 이런 노력이 있으니 노화를 막고 젊어지는 일이 앞으로 언젠가는 실현 가능한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직은 상상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다.

노화를 예방하려고 하는 노력은 사람들이 오래 살려는 바람의 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바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과거 우리들의 선조들이 살았던 세상보다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자살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자살을 하는 이유는 대부분 경제·사회적 어려움, 외로움, 성적이나 진학 문제, 불화 등등 힘들고 어려운 때문이다. 반대로 행복함, 성공, 안락함 등과 같은 이유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사람들이 오래 살려고 노력하는 것은 여러 환경이 나아져서 살아가기가 덜 힘들어졌고 모든 것이 풍족하여져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아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자살에 의한 사망이 사망원인 5위이고,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최고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 잘 사는 사람도 많지만 죽고 싶도록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기울이고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래 이야기로 되돌아가 노화에 대하여 더 살펴보자. 제일 먼저 나타나는 노화의 증상은 무엇일까? 30대 이후의 고령 임신부는 20대 임신부에 비해 미숙아, 저체중아, 선천성이상아 등을 출산할 위험이 더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까 여성의 생식 관련 기능은 30대경부터 노화가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성인병은 40대나 50대에서 발병을 한다. 이 또한 나이가 들면서 여러 좋지 않은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노안도 노화 증상 중의 하나이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감소하고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근육(모양체)의 힘이 약해져서 거리가 변할 때 수정체의 두께를 유연하게 조절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노안은 병은 아니지만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데 가끔 근시 때문에 두꺼운 안경을 쓰고 있던 사람들 중 노안이 오면 오히려 시력이 좋아진 것처럼 느끼는 수가 있는데 실제 시력이 좋아진 것은 아니다.

뉴스를 보면 매일 우리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우리 사회가 더 좋은 사회로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내용도 있고, 이 사회가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하는 것도 있다. 그 중에는 노안처럼 좋아 보이는데 실은 아닌 것도 있을 것이다. 성장 과정의 혼란이나 고생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힘들어도 감내해야 하는 정상적인 것이겠지만, 만일 병적인 것이라면 쇠퇴의 과정을 거쳐 망하고 말 것인지(죽음) 아니면 노화를 멈추고 더 젊게 만들 것인지 우리 스스로가 결단해야 한다.

엄창섭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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