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 행정부 첫 국방장관에 흑인 4성장군 출신 로이드 오스틴 전 미군 중부사령관을 낙점했다. 그가 상원 인준 절차를 통과할 경우 미국 역사상 첫 흑인 국방장관이 탄생한다.
미 폴리티코, CNN, 뉴욕타임스(NYT) 등은 7일(현지시간) “바이든 당선인이 국방장관에 오스틴 전 사령관을 지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상원에서 인준이 된다면 오스틴 전 사령관은 130만 미군과 이를 지원하는 거대한 관료기관을 이끄는 첫 흑인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은 이날 오후 "11일 국방장관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는데, 최근 며칠 사이 오스틴 전 사령관 지명 쪽에 마음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든 당선인 대선 승리 후 국방장관 후보로는 여성인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1순위로 거론됐다. 하지만 그의 강성 군사전략, 군수산업체 밀착 가능성 때문에 반대 여론이 일면서 흑인인 오스틴 전 사령관과 제이 존슨 전 국토안보장관 등이 급부상했다. 특히 의회 흑인 의원 그룹인 '블랙 코커스'가 바이든 행정부 내각에 흑인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하면서 두 사람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고, 바이든 당선인이 오스틴 전 사령관을 선택한 것이다.
1953년 앨라배마주(州)에서 태어난 오스틴 전 사령관은 75년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한 뒤 41년간 복무했다. 2011년 흑인 최초로 미군 합참차장에 올랐고, 2012년엔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핵심 보직 중부사령관에 지명돼 2016년 3월까지 근무했다.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 경력도 있다. NYT는 “백인 위주인 군 고위층에서 유리천장을 깼던 드문 흑인이고 육군, 특히 흑인 장교와 병사들 사이에서 존경을 받았다”며 “강렬했던 전장 지휘관으로 유명하지만 정치 성향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언론에 거의 노출되지 않았고 군사정책이나 전략에 관해 공개 언급을 한 경우도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에는 문민 국방장관 전통이 있어 군인의 경우 전역 후 최소 7년은 지나야 국방장관에 임명될 수 있다. 때문에 오스틴 전 사령관이 실제 국방장관이 되려면 의회의 특별면제를 받아야 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첫 국방장관에 중부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를 임명해 인준 절차를 통과한 적이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