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 3951명이 검찰개혁에 동의한 까닭은

입력
2020.12.08 10:42
김영식 정의구현사제단 대표
TBS 라디오 인터뷰서 밝혀
"윤석열 검찰 해도 너무한다는 
시대정신에 공감한 것"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 4,000여명이 '검찰개혁 지지 선언'에 참여한 가운데 선언을 주도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 김영식 신부는 검찰 개혁을 '민주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대리전'으로 규정하며 검찰을 향해 날 선 비판을 내놨다.

김영식 신부는 8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성직자 3,951명이 '검찰개혁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며 "단 사흘 만에 주교님 여섯 분 포함해서 사제, 수도자들이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는 대의에 동참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 신부는 "(이는) 한마디로 ‘야, 이건 해도 너무한다, 윤석열. 검찰, 도대체 뭐야?’라는 질문이 우리 시대정신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7일 천주교 사제와 수도자를 대표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천주교 사제· 수도자 3,951인 선언'을 발표했다. 사제단에 따르면 이 선언은 지난 1일 불교·원불교·천주교·개신교 인사 가운데 100명이 참여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종교계 100인 선언'을 지지하면서 나온 것으로, 김희중·윤공희 대주교를 비롯해 사제 926명 등 모두 3,951명이 참여했다.

김영식 신부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를 둘러싼 대결 구도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의 대립과 갈등으로 몰고 가는데, 이건 대리전인 것 같다"며 "검찰의 정치개입을 막고 인권의 보루로 만들자는 민주세력과 지금까지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누려왔던 사람들과의 건곤일척, 백척간두의 싸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권자 국민이 검사, 판사에 대한 환상 버릴 때 온 것"

김 신부는 이어 "법을 공부하고, 법으로 먹고 사는, 그리고 법으로 앞으로 먹고 살게 될 현직 전관 검사, 판사들에 대한 환상을 이제는 주권자들인 국민들이 버려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신부는 "법을 공부한 사람보다 법을 외우기만 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순리대로, 상식대로, 자연의 이치대로 가고 적용되는 것이 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니까 법하고 밥을 바꿔치고 장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신부는 "성경에서 예수님이 유일하게 두 손 두 발 들고 포기한 사람들이 율법학자였다"라며 "예수님도 그들을 독사의 자식들, 뱀의 새끼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사제단의 선언과 같은 날 나온 조영달 서울대 사회교육과 교수 등 서울대 교수 10명의 추미애 장관 비판 기자회견을 두고 김 신부는 "단 10명, 그것도 불분명한 10명, 단 1명이 서울대 교수라는 이름으로 엉뚱한 물타기 기자회견"이라고 주장했다. 실명과 소속을 공개한 사제단과 달리 이날 조 교수가 서울대 교수 10명을 대표해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지만 나머지 9명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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