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히 퍼지는 온기가 그립다면...가평 겨울밤 낭만 불빛 4

입력
2020.12.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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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별빛 정원, 알전구 감성 조명...북한강 주변 겨울밤 나들이 명소

코로나19 속에 맞이하는 겨울이 유난히 스산하다. 어느 때보다 따스한 온기가 그립다. 춘천으로 가는 길, 가평 북한강 언저리에 화사한 조명으로 겨울밤을 장식한 4곳의 나들이 시설을 소개한다. 마음은 가깝게 몸은 멀리, 야외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 착용과 충분한 거리 두기는 필수다.


호수에 떨어지는 노을까지 고운 자라섬

가평읍 바로 아래 북한강에 위치한 자라섬은 매년 10월 국제재즈페스티벌이 열리는 가평의 대표 관광지다. 1943년 국내 최초의 발전 전용 청평댐이 완공되면서 생긴 섬으로 서도ㆍ중도ㆍ남도와 2개의 부속 섬으로 구성된다. 광복 이후 중국인들이 농사를 지었다 해서 '중국섬'으로 불리다가 1986년 자라목이라 부르는 늪산을 바라보고 있어 자라섬으로 고쳤다.



부속 섬을 제외한 3개 섬은 서로 연결돼 있다. 서도와 중도는 차로 갈 수 있고 남도는 걸어서 들어간다. 서도에는 캠핑장이 조성돼 있고, 중도는 섬의 절반이 대규모 잔디밭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시야가 확 트인다. 남도는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 따라 화려한 꽃밭이 펼쳐지는데, 겨울이면 야간 조명으로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썰매를 끄는 순록과 ‘어린왕자’ 속 캐릭터가 시선을 끌고, 가을 한때를 장식했던 핑크뮬리가 일부 남아 인증 사진의 배경이 되고 있다. 길쭉하게 생긴 섬 중앙 산책로에는 알전구 조명이 불을 밝혀 강 풍경을 더욱 운치 있게 장식한다.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규모가 크지 않고 화려하지도 않지만 겨울밤의 낭만을 즐기기에는 오히려 적당한 수준이다. 자라섬은 경춘선 가평역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다. 해질 무렵이면 섬과 섬 사이 호수에 비치는 노을도 아름답다.

계곡 산책로 은은한 조명, 제이드가든 수목원

제이드가든은 한화리조트가 2011년 개장한 수목원이다. 자라섬에서 강 건너 보이는 명태산 동쪽 계곡에 숨어 있는 아늑한 숲속 휴식처다. 계곡 아래부터 능선까지 1㎞ 안팎의 숲속바람길, 나무내음길, 단풍나무길이 조성돼 있다.



그중에서 계곡을 따라 이어진 나무내음길엔 어둠이 내리면 각 구간마다 은은한 조명이 불을 밝힌다. 특히 이끼원은 지금도 바닥에 녹색 기운이 가득해 어둠이 내리고 조명이 켜지면 신비스러움을 더한다. 여기에 움직이는 조명이 반딧불이가 숲속을 유영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목재 덱을 설치한 구간에는 필라멘트 열선이 보이는 알전구가 주변을 따스하게 밝힌다. 붉은 벽돌로 유럽의 작은 성처럼 지은 방문객센터 주변은 분위기 있는 야경 사진을 찍기 좋다. 건물 앞마당에 원뿔꼴로 다듬은 주목나무가 양쪽에 일직선으로 늘어서서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게 한다.

산책로는 경사가 완만하고 전체 구간이 포장돼 있어서 유모차나 휠체어로 이동하는 데도 크게 어려움이 없다. 제이드가든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오후 5시면 어둑해지기 때문에 한 시간가량 박명 속에서 야간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오색 불빛 정원으로 변신, 아침고요수목원

아침고요수목원은 가평과 남양주의 경계인 축령산 자락에 꾸민 원예 수목원이다. 나무가 울창한 숲이 아니라 산책하기 좋은 정원에 가깝다. 고향집정원 분재정원 하늘정원 달빛정원 등 20여개의 특색 있는 정원에 200여만본의 풀과 나무를 심어 계절마다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각 정원을 두루 보려면 2시간은 걸린다.

꽃을 보기 힘든 겨울철이면 아침고요수목원은 빛의 정원으로 변신한다. 내년 3월 14일까지 LED 조명이 수목원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2007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는 ‘오색별빛정원전’이다. 반짝반짝 별빛 조명에 맞춰 매년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해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이 몰리는 행사는 모두 취소해 차분하게 야간 산책을 즐기도록 했다. 별빛 조명은 일몰부터 오후 9시(토요일은 오후 11시)까지 운영되며 입장은 1시간 전 마감한다.

파스텔 색상 동화 마을, 쁘띠프랑스

쁘띠프랑스는 청평호가 내려다 보이는 산자락에 조성한 작은 프랑스 마을이다. 프랑스 출신 건축가가 프로방스 양식을 살려 건물과 마을을 설계하고, 프랑스에서 자재를 수입해 건축했으니 겉모양뿐만 아니라 속까지 프랑스다. 아기자기한 건물과 좁은 골목이 유럽의 작은 마을을 옮겨 놓은 것 같다. 부드럽고 은은한 색감에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조형물까지, 어느 방향으로 셔터를 눌러도 동화 같은 사진이 담긴다. 마을 뒤편에 짧은 산책로가 있어 호수와 어우러진 숲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

주변이 색을 잃어가는 겨울밤이면 쁘띠프랑스의 화사함이 더욱 돋보인다. 내년 2월말까지 ‘어린왕자 별빛축제’가 열리고 있다. 파스텔 색상의 건물 외벽과 프랑스 현지에서 구입한 조명이 포근하면서도 사랑스러운 풍경을 연출해 겨울밤의 낭만을 더한다. 별빛축제 기간 평일은 오후 6시, 금ㆍ토요일은 오후 7시까지 개장한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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