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전문심리위원단이 법정에 나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관한 의견을 진술했다. 그러나 3명의 위원들은 준법감시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제각각 다른 견해를 밝혀 결국 판단은 다시 재판부 몫으로 돌아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7일 이 부회장의 8번째 파기환송심 공판을 열고, 준법감시위에 관한 전문심리위원 3명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를 진행했다. ‘준법감시위가 최고 경영진의 승계 관련 위법 행위를 실효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식의 일치된 의견이 나오면, 이 부회장의 감형 사유로 반영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위원단이 어떤 결론을 낼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위원단은 “위원별로 다소 차이를 보였다”며 개별 의견을 각각 발표하는 데 그쳤다. 재판부 직권으로 임명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은 긍정적 요소와 미흡한 요소를 상세히 설명했지만 최종 결론을 내진 않았다. 먼저 강 전 재판관은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기자회견을 열고 4세 승계와 무노조 경영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은 준법감시위의 성과”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최고 경영진이 향후 승계와 관련해 범할 수 있는 위험 유형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감시ㆍ감독(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는 데 이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외부에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희망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대목을 조목조목 언급했다. 그는 △준법감시위원이 관계사의 협의와 이사회의 결정으로 임명되기 때문에 독립성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준법감시위 권고를 강제할 방안이 없으며 △현재는 7개 관계사가 준법감시위에 참여하고 있으나 향후 자유롭게 탈퇴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명한 홍순탁 회계사는 “준법감시위가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뚜렷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그는 “준법감시위가 설치된 지 10개월이나 지났는데 모니터링 체계가 공백 상태라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강 전 재판관이 ‘아쉬운 대목’이라고 했던 부분들도 언급됐는데, 홍 회계사는 “실효성이 의심된다”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등 다른 표현을 썼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이 지명한 고검장 출신 김경수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 자체가 근본적 변화”라면서 긍정적 의견을 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는 감사회를 능가하는 상당히 많은 권한을 부여받은, 독특하고 유례없는 곳”이라고 정의한 뒤, “어떤 제도가 실효적인 권한을 가졌다면 미흡한 점이 있더라도 이는 언젠가 보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