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취임 이후 개혁 과제 1호로 설정하고 쏟아부은 공력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축출 시도를 둘러싼 지금의 상황은 검찰 개혁이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현 정권 수사에 대한 보복으로 비치면서 검사들이 반발하고, 여론이 요동치고 있다.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 분산을 위한 제도적 개혁은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구축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실질적이고 내면적인 개혁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오히려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검찰 개혁은 어쩌다가 길을 잃은 걸까. 지난 4년을 돌아보면 네 번의 결정적 오판이 있었다.
개혁의 대상인 검찰에 ‘적폐 청산’의 칼자루를 쥐어준 것이 첫 번째 잘못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했을 때 검찰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수백만 촛불이 모인 광화문광장에서 나온 ‘검찰 개혁’의 외침을 그들은 머잖아 닥칠 숙명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 정부는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에 검찰의 잘 벼린 칼을 적극 활용했다. 살아남기 위해 성과내기에 안간힘을 쓰던 검찰이 과격하고 무도한 방식을 동원했지만 제동을 걸지 않았다. 폭주를 제지하기는커녕 특수수사를 더욱 키웠다. 그 기형적 상황이 지금의 윤석열을 만들었다.
‘검찰주의자’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수직 발탁한 것이 두 번째 패착이다. 검찰 수뇌부 인사에는 한 가지 불문율이 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마친 사람을 곧바로 검찰총장에 임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권력형 비리 수사가 집중되는 서울중앙지검장은 불가피하게 많은 사람을 징치(懲治)하게 된다. 재임 기간에 피를 묻히지 않을 수 없고, 그런 상태에서 보다 넓은 안목을 가져야 할 검찰총장을 맡으려면 일종의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검사장도 아닌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에 발탁한 데 이어 곧바로 검찰총장에 앉혔다. 거악(巨惡) 때려잡는 게 주특기인 윤석열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주저하지 말라”고 대통령이 힘까지 실어 줬으니, 그에겐 거칠 것이 없었다.
흠결이 많은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이 문 대통령의 세 번째 실책이다. 대통령의 참모인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에 임명한 전례는 이명박 대통령 시절 딱 한 번이다. 법과 공정을 상징하는 법무장관에 대통령의 비서를 임명했다고 비난을 퍼부은 게 당시 민주당이라는 내로남불은 차치하고라도 온갖 의혹에 휩싸인 그를 주변의 만류에도 임명을 강행해 윤 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 수사라는 명분을 안겨 줬다.
가장 결정적인 잘못은 정치적 야심이 가득한 추미애에게 검찰 개혁을 맡긴 것이다. 추 법무장관은 ‘친문’에 빚을 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전력은 지금까지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문 대통령이 내키진 않지만 그를 장관에 앉힌 것은 윤 총장의 맞상대로 적격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그에겐 자기 정치 욕심이 있다. 서울시장 선거 너머, 대선을 보고 있는 추 장관에게 친문 세력에게 눈엣 가시 같은 윤 총장을 쳐내는 것보다 확실한 인증은 없다. 추 장관이 오로지 검찰 개혁만 생각했다면 저런 거친 방식으로 선무당 사람잡 듯 하진 않았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저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노 전 대통령 당시 검찰 개혁 실패 원인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너무 나이브하게 생각했다. 정치적 중립성만 보장해 주면 자연히 검찰의 민주화까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 반대가 됐다. 대통령이 원한 대로 제도 개혁은 이룰지 모르나 거꾸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후퇴했다. 검찰 개혁의 남은 숙제를 풀 수 있을지는 문 대통령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