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집이 통닭도? 옷가게에 밥솥 진열? "매장, 고치면 산다"

입력
2020.12.0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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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한파에 오프라인 가게 매출 타격
한 주방서 2, 3개 배달 브랜드 운영하고
패션 전문 매장이 가전, 생활용품 판매도

온라인 쇼핑 일상화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반복되면서 유통업계의 '오프라인 점포'가 갈수록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외출을 자제하니 매출 타격은 불가피한데, 그렇다고 무작정 온라인 판매만 강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식품, 패션 등 다양한 유통업 매장들은 본사와 계약을 맺고 대리점이나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점주의 손실도 방어할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불고 있는 '매장 공유' 바람은 이 같은 오프라인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시도다. 옷가게는 의류만 팔고 통닭은 통닭집에서만 판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게 핵심이다. 각 매장 상권에 맞는 다양한 브랜드를 발굴, 점포 한쪽을 내어주거나 주방의 활용도를 높이는 모델이 대표적이다.

노는 공간 줄이고 온라인 주문도 흡수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매장 공간을 활용해 온·오프라인의 유통 시너지를 극대화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같은 주방에서 2개 이상 배달 브랜드를 운영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요를 잡거나, 빈 가게 공간에 다른 업종 물건을 진열해 팔면서 부대 수익을 창출하도록 만드는 식이다.

전북 군산 중심가에 위치한 한 LF 매장은 원래 패션 매장이지만 지난 9월 중순 전체 면적(140㎡)의 15%를 카페로 만들었다. 젊은 유동 인구가 많다는 점을 노린 결과, 하루 평균 방문 고객이 카페 운영 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카페 운영 수익은 모두 점주가 가져간다.

군산 매장이 커피 장사까지 겸할 수 있게 된 건 LF가 기존 매장을 다양한 생활 브랜드 판매 공간인 'LF몰 스토어'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LF몰 스토어 모델을 선택하면 점주는 매장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판매 상품과 진열 방식을 바꿀 수 있다. 본사인 LF에선 소비자 특성과 매출 등 관련 데이터를 제공해 준다.

LF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LF몰에 입점한 6,000여 중소 브랜드 제품도 선택해 가져다 팔 수 있다. 상품은 밥솥부터 이불, 반려동물 사료까지 다양하다. 더불어 LF몰에서 주문한 옷을 매장에서 먼저 입어보고 무료 반품 또는 교환, 수선 등 온라인몰에선 불가능한 기능도 있다. 현재 LF몰 스토어는 20곳인데, 전국 150여개 일반 LF 매장을 LF몰 스토어로 전환하겠다는 게 회사 측의 방침이다.

부대찌개로 유명한 프랜차이즈 업체 놀부에선 떡볶이, 돈가스, 삼겹살, 통닭 등도 같이 판매하는 배달전문점이 늘고 있다. '놀부주방'이란 이름의 이 사업모델은 배달 비중을 늘리면서 점포당 매출 확대를 위해 고안됐다.

회사 측이 상권 분석과 함께 조리방법, 식자재 효율, 판매 시간대 등을 고려해 최적화된 2, 3개 배달 메뉴 조합을 점주에 추천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놀부주방 신규 매장 211개점이 문을 열었고 올해 8월 기준 매장당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배달 빼고 다 버리니 월 매출 5000만원"

공간 효율화는 업종별 핵심 기능만 남겨 효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구현되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호프형이나 카페형 매장을 늘려 온 BBQ는 올 6월 배달 전문 소형 매장 'BSK(BBQ Smart Kitchen, 8~12평)' 모델을 선보였는데 6개월 만에 100호점을 넘겼다. 이 매장은 고정비가 큰 상권 대신 임대료가 저렴한 골목에 자리하고 배달은 대행업체에 맡겨 인건비를 최소화한다. BBQ에 따르면 BSK 창업 자본은 5,000만원대이고, 현재 BSK 매장당 월평균 매출이 5,000만원 이상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유통 산업에서 '매장의 의미'가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LF 관계자는 "온라인과 달리 오프라인은 체험이란 가치를 제공할 수 있고 지역 특성을 잘 분석한다면 꾸준한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며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마케팅 노하우 등을 가두매장들에 과감하게 개방하고 나누면 윈윈하는 상생형 모델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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