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동주, 롯데케미칼 고문료 10억은 업무와 무관"

입력
2020.12.07 13:18
롯데케미칼, 법인세 소송 1심서 패소"신격호 지시로 책정된 고문료일 뿐"

롯데케미칼이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동주(66)씨에게 과거 지급했던 고문료를 문제 삼아 과세한 세무당국 처분에 불복하며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롯데케미칼이 잠실세무서장ㆍ서울국세청장을 상대로 낸 법인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09년 롯데케미칼은 자회사 A사에 대한 흡수합병 과정에서 A사 비등기 이사로 있던 신동주씨를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했다. 6년 후 롯데케미칼은 “고문으로서 실질적 업무를 안 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며 신씨를 해임하기 전까지 그에게 고문료를 지급했다, 총 10억원에 달하는 액수였다.

서울국세청은 2017년 10월부터 6개월간 롯데케미칼에 대해 법인세 조사를 벌였고, 신씨가 받은 고문류를 ‘업무와 무관하게 지급된 돈’이라고 봤다. 그리고는 2012사업연도 법인세 산정 시 손금불산입하기로 하고, 관련 과세 자료를 2018년 3월 잠실세무서장에 통보했다. 손금불산입은 기업회계에서 명백히 손해를 본 비용인데도, 과세 소득 산출 땐 손해를 본 금액으로 처리하지 않는 회계 방법을 가리킨다. 결과적으로 롯데케미칼로선 그만큼 세금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따라 잠실세무서는 롯데케미칼에 해당 부분에 대한 법인세와 가산세 4억여원을 증액 경정ㆍ고지했고, 서울국세청도 롯데케미칼에 소득금액 변동통지를 했다. 이에 맞서 롯데케미칼은 “신씨가 사업에 실질적 기여를 했고, 고문 직책에 맞는 통상적 역할을 했다”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신씨가 받은 보수는 비상근 고문 직무에 대한 정상적 대가라기보단, 법인에 유보된 이익을 나누기 위해 대외적으로 보수의 형태를 취한 것에 불과하다”며 세무당국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롯데케미칼과 신씨 사이에는 ‘비상근 고문’으로서의 역할, 업무범위, 보수 등에 대한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며 “신격호씨의 지시만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 합리적인 평가나 객관적 기준에 따라 책정된 고문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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