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형(코스피)한테 가려 티가 안 났을 뿐, 성적표만 보면 형보다 기특합니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선 이런 말들이 자주 나온다. 반도체주 상승세를 등에 업고 코스피가 '2,700시대' 축포를 쏘아 올린 사이, 조용하지만 무섭게 치고 오른 코스닥 시장 얘기다.
7일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1.44% 오른 926.88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종가 907.61) 2년 8개월 만에 900선을 돌파한 코스닥은 이날 장중 927.35까지 '터치'했다. 지난달 26일부터 무려 8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장중 하락 반전하며 한때 910까지 내렸지만 외국인 순매수(980억원)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이로써 코스닥은 무려 18년여 전인 2002년 3월 22일 세운 역대 최고치(943.00)에도 약 16포인트 차로 바짝 다가서게 됐다. 2018년 1월 29일 기록한 직전 고점(927.05)과는 불과 0.17포인트 차이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이날 14.76% 폭등(17만1,800원)하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지난 4일에도 10.15% 급등 마감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10월 말(8만4,700원) 이후 한 달 새 주가가 무려 2배나 폭등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26조원을 돌파했다. 코스피 10위(우선주 제외) 기아차(약 26조2,300억원)와 맞먹는 규모다.
셀트리온이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연내 승인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국내외 판매를 맡은 코스닥 시총 1,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일주일 새 주가 상승률은 각각 46.6%, 25.4%에 이른다. 다만 셀트리온제약은 이날 외국인 차익실현 물량에 0.75% 하락(23만6,800원)하며 지난 4일부터 이어온 상승세를 15거래일 만에 마감했다.
주요 지수와 비교해도 코스닥 상승세는 거침없다. 코로나19 쇼크가 국내외 증시를 덮친 올해 3월 저점 대비 코스피가 88% 오르는 사이 코스닥은 116% 상승했다. '갓스닥(God과 나스닥을 합친 말)'이라 불리며 일찌감치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운 미국 나스닥도 같은 기간 상승률이 82% 정도다.
코스피 상승세를 주로 외국인이 주도하는 것과 달리 코스닥은 개미와 외인이 합작해 주가를 밀어 올리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개인과 외국인은 코스닥에서 각각 1조원씩을 순매수했다.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는 매수전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기간 개인은 '화이자 관련주'로 알려진 KPX생명과학(1,230억원)을 외국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1,185억원)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다만 기관은 같은 기간 1조1,000억원 이상을 팔아치우며 차익실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