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PC방이나 영화관 같은 곳은 오후 9시까지 영업할 수 있고, 특정인만 출입하는 학원에다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0)로 인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된 8일 한국학원총연합회 측이 털어놓은 불만이다. 연합회는 "집단 대응도 불사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불만은 단순히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영업을 할 수 없다는데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시기적으로 대학수학능력평가시험(수능)이 맞물려 있어 학원·교습소 입장에서는 민감한 기간인데다, 거리두기 단계가 급상승하다보니 대응할 여력도 없어서다. 학원의 집합금지는 3단계 조치로, 2.5단계보다 강하다. 서울 대치동 학원강사인 김모(26)씨는 "상황 변화를 이해한다지만 지금처럼 급격하게 변화시키면 생계를 포기하라는 말처럼 들린다"고 토로했다.
학교 등교제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서울시교육청은 중·고등학교 전학년 수업을 18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반면, 경기도와 인천의 초·중·고등학교들은 등교인원만 3분의1로 제한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서울과 경기, 인천이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데, 이런 기준이 적용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의 급상승을 두고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달라진 지침에 적응할 새도 없이 또 다른 단계로 격상되고, 단계에 따른 방역수칙도 기존의 설명과는 다른데다, 정부와 지자체도 계속 대책을 쏟아내니 혼란스럽다는 얘기다. 정부는 '자율적인 핀셋 방역'을 내세우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명료한 메시지가 없다면 자칫 중구난방이 될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간 정부의 발걸음은 너무 빨랐다. 지난달 24일 수도권 2단계가 시작됐고, 일주일만인 지난 1일 '2단계+α'를 내놨다. 거리두기 단계에는 없는 '변칙'이었다. 그래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5일 서울시가 '오후 9시 이후 서울 멈춤'이란 자체 방안을 내놨다. 사실상 2.5단계였다. 정부는 뒤늦게 8일부터 수도권 2.5단계를 적용, '뒷북' 대응이라 비판받았다.
여러 기준이 급격하게 변하게는 것도 문제지만, 있는 기준도 모호하다. 2.5단계에선 오후 9시 이후엔 300㎡ 미만인 소규모 상점의 영업만 허용된다. 편의점이나 동네슈퍼 같은 소형 종합소매업 점포(165㎡ 미만)들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중형소매업(165~3,000㎡)으로 분류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이나 올리브영 같은 드럭스토어, 이마트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전문점들은 똑같은 간판을 달고 있어도 각 지점의 매장 면적에 따라 영업시간 제한 여부가 달라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사람들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하는게 핵심일텐데, 일률적인 시간 규제가 효과적일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리두기 단계를 세분화하고, 지자체가 권역별 거리두기를 할 수 있도록 한 것 자체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 취지는 '선제적 대응'이란 점을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감염양상이 대도시에서 소도시로 퍼져나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대한 거리두기 단계를 똑같이 적용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거리두기 단계 자체는 정부가 일관된 목소리로 경각심을 주라는 뜻이지 경제 때문에 망설이라는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