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중일 핫라인 연내 개설 어려워"... 中 방일 성과 과시 경계하나

입력
2020.12.07 14:30
日, '연내 개설' 왕이 언급에 "의욕 보여준 것"
양국 간 핫라인 연결할  직급 조율도 안 끝나


지난달 중일 외교장관 회담의 성과로 발표된 중일 방위당국 간 핫라인의 개설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산케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장관은 지난달 24일 도쿄에서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해공 연락 메커니즘 운용과 관련해 방위당국 간 직통 전화의 조속한 개설 방침을 확인했다. 왕 부장은 당시 "연내에 직통 전화를 개설해 안전 면에서 상호 신뢰를 증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는 왕 부장이 '연내 개설'을 못 박은 것에 대한 온도차가 감지되고 있다. 기시 노부오(岸信夫) 방위장관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중일 간 핫라인 개설과 관련해 "왕 부장으로부터 전향적인 발언이 있었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방위당국 간 조기 개설을 향해 조정을 가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도 왕 부장의 발언에 대해 "전향적인 의욕을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핫라인 개설을 위한 절차와 회선 공사 등을 감안하면 연내 설치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다. 아직 어떤 직급 간에 핫라인을 설치할지에 대한 방위당국 간 조정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방위성 간부는 "왜 '연내'라고 언급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2018년 6월부터 시작된 중일 간 해공 연락 메커니즘은 선박이나 항공기 등 현장에서의 직접 교신과 함께 운용 상황 협의를 위한 당국 간 정기회의 개최 등을 축으로 하고 있다. 이번 왕 부장의 방일을 계기로 최근 영유권 갈등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주변에서의 우발적 충돌 방지 등 위험 관리를 위한 핫라인 개설을 성과로 내세운 바 있다.

일본에선 왕 부장이 방일 성과를 과시하는 태도에 대한 경계하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자민당에서는 왕 부장이 기자회견에서 센카쿠열도를 '댜오위다오'라고 부르며 주변 수역에서의 중국 공선의 활동을 정당화한 것에 대한 불만이 분출했다. 왕 부장은 기자회견 다음날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취재진을 상대로 같은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일본 정부 측은 "제대로 일을 하고 있다는 베이징을 향한 메시지"라고 해석하고 있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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